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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졔졔 Aug 19. 2021

시작만 있고 끝은 없어도 되는 책 읽기

손에서 놓지도 끝내지도 못하는 책


계획보다 길었던 휴재를 마치고 돌아왔다. 날이 더워 여름 맥주를 소개하는 포스팅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우리에겐 아직 마무리 짓지 않은 취미, 희희졔졔의 독서가 있지 않던가! 욕심도 싫증도 많아 시작만 한 채 다 끝내지 못한 책이 쌓여있는 우리지만 그 책들을 소개하는 것만큼은 끝내보려고 한다.


너무나 좋은 책이라 꺼내 들었다가 어떤 이유에서든 완독 하지 않고 멈춰있는 책들. 사실 한 두 권도 아니고 네다섯 권도 아니다. 일주일 전에 시작한 책도 있고, 무려 5년 전쯤 열었다가 아직 닫지 못한 책도 있다. 우리는 이런 책들을 "열린 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오늘은 수많은 열린 책들 중에 언젠가는 꼭 다 읽고 싶은 만큼 좋은 명작 몇 가지와의 추억을 소개한다. 모든 책을 소개하지 못하는 우리의 아쉬운 마음은 희희와 졔졔의 '열린 책 연대기'로 대신한다. 아래의 그림을 봐주시길.




희희가 손에서 놓지도 않지만 끝내지도 않는 열린 책 한 권과 언제나 마음에 담아만 두고 막상 읽지는 못하는 책 한 권. 도대체 왜 끝을 내지 않는 건지 알아보자.



희희의 열린 책 1. 심신단련 (이슬아 산문집)

저자 이슬아, 출판 헤엄, 2021년 7월에 읽기 시작


나는 꽤 늦게 이슬아 작가의 글에 입덕 했다. 주간 문학동네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슬아X남궁인의 편지글을 통해서였는데, ‘어쩜 이렇게 따뜻하고 웃기면서 날카롭기까지 한 글을 쓸 수 있지?!’ 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비슷한 시기에 『심신단련』의 리커버판이 출간되었다는 공지를 보고는 바로 구입했다. 알고 보니 그림작가 졔졔도 같은 책을 읽고 있다고 해서 더 반가웠던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책을 읽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다.


『심신단련』은 제목처럼 읽을 때마다 내 몸과 마음이 단련되는 기분이 든다. 사실 몸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마음은 단련되고 있다. 읽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위로가 되거나 응원을 받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좋은 기운을 얻고 싶을 때마다 펼쳐본다. 이 술술 읽히는 기분 좋은 산문집은 하루치를 읽고 나면 더 읽고 싶어도 꾹 참고 책을 덮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오래 이 책을 즐길 수 있으니까. <일간 이슬아>를 모아 출간한 책이라 그런지 애초에 하루에 한 편씩 읽는 게 알맞은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심신단련』은 내 마음을 단련할 수 있는 새로운 책을 찾을 때까지 천천히 아껴읽을 예정. 당연히 매일 밤 머리맡에 두고 잔다.





희희의 열린 책 2.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역자 박은정, 출판 문학동네, 2016년 4월에 읽기 시작


5년 전쯤 처음으로 전자책을 시도하면서 다운로드한 책이다. 내 손으로 구입하는 첫 전자책이라 의미가 있으면서도 내 관심사와 맞닿아있는 책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전쟁에 직접 참전했지만 역사에서는 지워졌던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눈으로 본 참담한 전쟁의 모습.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직접 무기를 들고 전쟁에 뛰어들었어도 전쟁이 끝난 뒤에는 침묵해야 했던 여자들의 목소리가 이 책에 담겨있다. 백만 명이 넘는 여자들이 참전해 싸웠던 제2차 세계대전 이건만 전쟁의 기록은 참전 남성의 희생, 공훈과 전적만을 보여주는 게 안타까웠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이 책을 아직도 다 읽지 못하고 멈춰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이다. 참전 여성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처절한 전쟁의 기억과 그들의 생생한 감정, 실재했음에도 누군가들에 의해 지워져 버린 전쟁 속 여자들의 이야기가 내내 마음을 괴롭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괴롭지만 너무나 중요하고, 반드시 널리 읽혀야 하는 책. 언젠가는 꼭 다 읽어내고 싶은 책이다.







이 포스팅을 보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열린 책들이 있다면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는 건 어떨까? 끝내지 못했지만 마음에 오래 담아둔 책이 있다면 우리에게 소개를 해 주어도 좋겠다. 졔졔의 열린책들은 다음화에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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