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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졔졔 Jun 16. 2022

식물의 반려인이 된다는 것 (2)

식물들이 내게 말을 건다



흙과 식물 뿌리를 무서워하던 식물 킬러, 하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식물 맘인 그녀. 졔졔의 반려식물 이야기를 다시 들고 왔다.


척박한 미국 생활 중에 반려식물 키우는 재미를 발견한 졔졔의 집은 어디를 둘러봐도 식물이 보이는 곳이 되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입양해 온 첫 식물부터 지인의 선물로 받은 식물까지 하나씩 입양한 식물이 이제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몬스테라

몬스테라

괴물처럼 빠른 성장 속도 때문에 이름이 ‘몬스테라’라고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그 설에 걸맞게 따뜻한 계절이면 매일매일 새로운 잎이 나오고 쑥쑥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 많은 이파리 중에서도 졔졔가 가장 애정 하는 잎은 몬스테라가 졔졔네 집에 온 뒤 가장 처음으로 낸 새 잎. 예전에는 가장 크고 튼튼한 잎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작고 나이 든 잎이 되었다. 졔졔의 최애 잎의 특기는 몬스테라에게 물이 필요한 시기를 졔졔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화분 가장 아래쪽, 구부정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는 목이 마를 때마다 잎이 바닥에 닿도록 축 쳐진다. 그리고 졔졔가 충분히 물을 주고 나면 다시 힘을 내 고개를 드는 기특한 친구. 이 최애 잎이 오래오래 같이 살아주면 좋겠다.



페퍼로미아 (a.k.a. 교수님)

교수님

졔졔 집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반려식물이다. 남편의 상사인 교수님이 선물해 준 식물이라 언젠가부터 교수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종종 남편에게 이 친구의 상태를 알려주면 화들짝 놀라고는 (기겁을 한다) 한다. "교수님 키가 제법 많이 자랐어." "교수님이 새 잎을 내기 시작했어. 너무 귀여워!" 등등. 교수님은 잎이 통통해서 가지 끝에 연한 새 잎이 올라오면 무척 귀엽다. 귀여워 교수님.



파써스(스킨답서스)

스킨답서스

파써스가 졔졔 집으로 오던 날, 날씨가 너무 추웠는지 동사한 잎이 있어서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이대로 죽을까 봐 너무 걱정되어서 파써스를 주문한 웹사이트에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문의까지 했었다. 지금은 너무나 건강하게 성장해서 가장 긴 덩굴은 1미터나 된다. 졔졔네 파써스는 알록달록 마블링된 잎과 일반 녹색잎이 섞여있는데, 햇빛을 많이 쐬었더니 점점 마블링된 잎이 사라지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가장 예쁘게 마블링된 가지를 잘라 물꽂이를 해두었다. 조만간 화분에 옮겨 심을 예정!



호야 하트

호야 하트

이름처럼 작고 소중한 친구. 앙증맞은 크기여서 책상에 놓았다가 남편이 쓰러뜨리는 바람에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뿌리까지 드러날 정도로 흙이 쏟아져서 그 김에 새 흙으로 갈아주었다. 살아는 있는 건지 걱정될 정도로 크지도 않고 똑같은 모습이지만, 졔졔 눈에는 하트 모양의 왼쪽 봉우리가 미세하게 자란 게 보인다.



프린스 오브 오렌지

프린스 오브 오렌지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단풍과 반대로, 붉은색으로 새 잎이 나고 성숙한 잎이 될수록 녹색을 띠는 묘한 아이다. 지난겨울에 새 잎이 올라왔는데 말린 잎이 펴지지 않고 그대로 녹색으로 변해버렸다. 흙에 영양분이 부족한가 싶어 분갈이를 해줬는데, 말린 잎은 그대로 있고 다른 새 잎이 먼저 빨갛게 활짝 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린 녹색잎 하나가 이 아이의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드라세나

드라세나

졔졔의 드라세나는 K-장녀처럼 우직하고 묵묵한 아이다. 급수 주기가 길어서 자주 물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낙엽 진 적도 없이 천천히 자라기만 한다. 가지 없이 잎만 있는데, 그 잎들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나서 각도마다 보이는 얼굴이 다르다. 예뻐 보이는 각도가 명확한 아이다.



필로덴드론 그린

필로덴드론

반려식물들의 분갈이를 위한 흙을 대량 구매할 때 함께 사은품으로 딸려온 아이. 파써스처럼 덩굴식물이라길래 다른 종류를 받고 싶었지만, 막상 받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식물이라 좋았다. 불규칙하게 뻗어나가는 자유분방한 덩굴이 매력적이다.




반려식물 하나하나마다 애정을 가지고 돌보다 보니 이젠 식물마다 졔졔만 알 수 있고 졔졔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식물들도 그런 마음을 아는지 졔졔에게만 특별히 말을 거는 것도 같다. 언제 물이 필요한지, 햇볕은 얼마나 쐬고 싶은지, 반려식물과 식물맘 사이에만 통하는 대화들이 있다.  


반려식물들이 생긴 뒤로 졔졔의 일상도 많이 변했다. 주기적으로 돌봐줘야 하는 생명들이 집에 있으니 장거리 여행은 어려워지고, 생각하지 못한 이유들로 집에 새로운 식물들이 생겨 난감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식물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 걸 후회한 적이 없을 만큼 반려식물이 있는 삶은 따뜻하고 즐겁다.



선인장들



오늘의 에피소드는 최근에 새롭게 한 식구가 된 다육이들 소개로 마무리한다. 여러분에게도 일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반려식물이 있다면 자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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