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희졔졔 Feb 24. 2022

야매로 빵 만들기

집에서 하는 힐링, 다시 시작한 베이킹



따뜻하고 즐거웠던 지난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길고 긴 겨울을 버텨가고 있는 미국 서부의 희희와 동부의 졔졔. 해도 길고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던 여름엔 굳이 기분전환할 거리를 집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추위를 피해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요즘 우리의 일상에 한식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베이킹, 그것도 야매로 하는 베이킹이다!



미국에 온 뒤로 뭐든 제대로 갖춘 것 없이 먹고 싶은 걸 뚝딱뚝딱 만들어 먹게 된 우리는 베이킹 조차도 뚝딱뚝딱, 집에 딸려있는 오븐만 가지고 가볍게 시작했다. 집에 붙박이로 들어있는 오븐 덕에 가볍게 시작한 베이킹이지만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베이킹. 희희졔졔에게 야매 베이킹은 소소한 힐링이 되어주고 있다.  


엄청난 베이킹 도구도, 전문지식을 배운 적도 없지만 어떻게든 각자의 입맛에 맞는 빵을 만들어내는 우리. 그리고 겨울이 깊어지자 짠 듯이 부엌 한 구석에 밀어뒀던 변변찮은 베이킹 도구들을 다시 꺼낸 우리의 야매 베이킹 이야기를 들어보자.



온갖 종류의 빵을 한 가지 틀에 다 구워내는 야매 실력






희희의 베이킹

<달지만 건강하게>


희희는 이번 겨울에 겪었던 건강 문제 야매 베이킹에 다시 열심을 내게 되었다.  오랫동안 맵고  음식뿐만 아니라 밀가루, 기름, 유제품까지도 조심해야 했는데,  시간 동안 달달한 빵이 너무 간절해지는  아닌가. 하지만 시중에 파는 간식은 약해진 위장이 감당을 못하고..


결국 버터와 밀가루가 없는 빵, 하지만 충분히 달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아몬드 카스테라를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재료는 아몬드 가루, 달걀, 설탕뿐이라 기대 없이 만들었는데 맛도 있고 속에도 편해서 한동안은 밥만큼 자주 해 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가볍고 부드러운 디저트류를 찾아먹던 희희에게 딱 맞는 레시피였다.


건강을 회복한 뒤에는 버터와 생크림이 듬뿍 들어가는 빵도 많이 굽고 있다. 최근엔 갸토 쇼콜라와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주 종목인데, 유튜브에 있는 레시피를 희희 나름의 방법으로 변형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재미가 있다. 설탕을 줄이거나 밀가루를 아몬드 가루로 대체하고, 버터는 식물성 오일이나 바나나로 대신하기도 한다. 한국적인 맛을 더하고 싶을 땐 흑임자 가루나 고구마를 으깨서 맛을 더한다. 군고구마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흑임자 카스테라는 매번 맛있게 나오는 희희의 성공작이다. 물론 실험작들도 친구들과 다 나눠먹는다. 좋은 친구들이다.



희희가 1월에 구운 모든 빵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졔졔의 베이킹

<두 마리 토끼, 식비 절감 베이킹>


졔졔가 야매 베이킹에 더 진심이 되기 시작한 데에는 재정관리라는 2022년 새해 목표가 있었다. 식비를 줄이면서도 여전히 맛있는 빵은 먹고 싶었던 졔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한동안 멈췄던 베이킹을 다시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집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위주로, 그리고 재료를 사야 한다면 가성비를 생각해 대용량으로 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빵들은, 집에 남은 아몬드 가루로 만든 아몬드 케이크, 먹다 남은 견과류로 만든 호두파이, 그리고 유통기한이 조금 남은 생크림으로 만든 바스크 치즈케이크까지 다양하다. 뭐 하나 버리는 재료 없이 알뜰하게 사용해 만든 빵들이 맛있기까지 하니 졔졔는 빵을 구우며 신이 났다.


게다가 대용량으로 구입한 통밀가루로는 통밀 쿠키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과자 다이제스트 맛이 나더라! 통밀 쿠키를 여러 번 구웠지만, 말 그대로 대용량인 통밀가루인지라 쿠키만으로는 아무리 써도 통밀가루가 계속 남아있어 골치였다. 그래서 남은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찾다가 발견한 통밀 식빵을 만들어 보았는데, 고소하고 거친 느낌의 통밀 식빵이 졔졔 입맛에 딱 맞았다. 요즘엔 일주일 동안 먹을 통밀 식빵을 매주 굽고 있다. 대용량 재료라 식비도 아끼면서 맛도 있어서 일석이조다.



1월 동안 졔졔가 최대한 집에 있는 재료로만 구운 빵들.







희희와 졔졔는 빵 취향은 달라도 빵을 구우며 얻는 즐거움은 같았다. 서로 다른 베이킹을 하다 보니 새로운 레시피도 추천해 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던 야매 빵 굽기! 이미 일주일에 한 번씩 베이킹을 하고 있던 우리지만, 새로운 레시피를 소개받았으니 아마도 당분간은 끊임없이 베이킹을 할 것 같다.


언젠가 꼭 시도해보고 싶은 빵, 그리고 언젠가 꼭 장만하고 싶은 베이킹 장비를 생각하며 오늘도 집에서 구운 빵을 먹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