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마실 맥주는 많다.
희희졔졔의 첫 번째 취미, 우리가 사는 곳에서 만든 로컬 맥주 찾아마시기!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요즘 뭐가 재밌냐는 한탄으로 시작된 맥주 이야기에 우리는 한참을 떠들며 웃었다. 언제 그렇게 맥주가 마시고 싶은지, 그동안 찾아 마신 로컬 맥주는 어떤 게 맛있다든지, 브루어리에 못 가서 한이 맺혔다는 둥, 그저 맥주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즐거웠다. 서로가 찾아낸 로컬 브루어리와 맥주 얘기만으로도 그 지역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더 신이 났던 우리. 로컬 맥주의 매력을 아는 친구 너무 소중해!
우리의 신남이 여러분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지난 집콕을 책임져 주었던 아이들을 소개한다.
Night Shift Brewery
매운 떡볶이엔 쿨피스 대신 맥주를 마셔줘야 한다. 우리는 어른이니까!
향수에 탑, 미들, 베이스 노트가 있다면 이 맥주에는 처음, 중간, 끝 맛이 있다. 첫 맛은 맥주의 쌉쌀함과 함께 시트러스 향이 느껴지고, 중간에는 훅 치고 올라오는 자몽의 달콤 쌉싸름한 맛이, 그 뒤엔 깔끔한 단맛이 난다. 단 맛이 있는데도 끝이 텁텁하지 않아서 신기하다. 떡볶이와의 궁합이 좋았던 맥주.
이 브루어리에서는 항상 부엉이 IPA만 마셨는데 이번엔 패키지의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고 새로운 IPA에 도전해봤다. 충동구매 후 알아보니 여성 양조자들을 응원하는 비영리단체와 함께 만든 맥주 였던 것. 맛도 의미도 대단히 만족!
Aslan Brewing Company
이름대로 가볍고 깔끔한 맥주다. 치즈케익, 봉골레 파스타나 크림 차우더 (조개 크림 스프)와 먹었을 때도 합이 좋았다. 쓰지도 시지도 않은 라거를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 안주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도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특별한 점을 꼽자면, 마무리에 라임즙 한 방울을 넣은 것 같은 맛이 난다는 점.
이 브루어리는 주로 IPA가 유명한 곳인데 웬일로 마트에 라이트 라거가 나와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왔다. 언젠가 브루어리 본점에 가보고 싶지만 한 시간 반 운전을 하기엔 그 동네에 너무 볼 게 없어서 마음으로만 바라기로.
Jack's Abby Brewing
졔졔가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부터 즐겨온 피맥. 요즘엔 맥주를 마시기 위해 피자를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 이젠 피맥이 아니라 맥피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더욱 만족스러운 피맥를 위해 맥주 평가 사이트 Beer Advocate에서 상위권에 있는 맥주를 시도해봤는데, 그게 바로 Post Shift Pilsner다. 매번 IPA만 고집했던 졔졔가 오로지 피맥을 위해 선택한 필스너! 시트러스 계열의 향긋함이 감돌고 필스너답게 목 넘김이 부드럽다. 피자와 함께할 맥주를 찾는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Kulshan Brewing Company
캔을 따자마자 강한 커피 향이 난다. 막상 맥주를 마시면 살짝 훈향이 나는 게 신기하다. 끝 맛이 깔끔하고 음식과 먹으면 음식 맛도 깔끔하게 사라진다 (어라?). 연어 초밥에 곁들여 마셨는데 맥주 한입마다 생선 맛이 사라져서 당황스러웠다. 맥주 자체는 맛있지만 연어 초밥과의 궁합은 쏘쏘. 오히려 된장국에 들어있는 표고버섯과 합이 좋았다.
지역 유명 커피 전문점과 콜라보해서 나온 신메뉴인 만큼 커피 향도 맥주 맛도 괜찮은 편.
Samuel Adams Boston Brewery
더운 날,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의 첫 모금에서 느낄 수 있는 청량감. 그 맛을 위해 계속 사게 되는 맥주다. 이 Summer Ale을 마시면 입안에 향긋한 레몬향이 알싸-하게 감돈다. 졔졔는 맥주 한 병을 다 마실 수 없는 주량이기에 남은 맥주는 남편에게 패스.
사무엘 아담스 브루어리는 미국의 독립혁명 지도자 사무엘 아담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브루어리이다. 계절마다 그 시즌에만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내놓기도 한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곳인데도 코시국때문에 아직 못 가본 게 한이다.
Independent Cider
집콕 한 지 10개월이 넘어갈 때 즈음,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차를 몰아 근처 독일마을로 떠난 희희. COVID-19로 상권이 다 죽어 휑한 관광도시에도 여전히 맥주는 팔고 있었다. 그때 들어간 맥주집에서 골라온 술 중에 하나가 이 Lavender Perry이다.
상콤 달콤한 과일 맛과 쌉싸름한 맛이 난다. 마지막에 은은하게 라벤더 향이 남는데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평소에 라벤더티나 라벤더 라떼를 좋아한다면 아주 좋아할 맛. 향도 맛도 은은해서 안주 없이 디저트 술로 마셨다.
덧, 이 친구는 사실 맥주가 아닌 배를 숙성시켜 만든 페리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로컬 맥주 탐방. 이 포스팅을 위해 서로의 맥주 취향을 소개하다 보니, 평소에는 찾지 않던 종류의 맥주에서도 매력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렇게 유익할 수가! 여러분도 이참에 새로운 맥주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최애 맥주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판데믹을 핑계 삼아 맥주를 즐기던 지난가을과 겨울이 다 지나고 봄이 왔다. 꽃이 피는 창 밖을 보며 맥주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벌써부터 여름 맥주가 기대된다. 해가 많이 길어진 어느 날, 여름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불쑥 새로운 로컬 맥주를 들고 돌아올 희희졔졔를 기다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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