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고, 가족이 있고, 여유가 있고, 목표가 있는 지금은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7년 12월 31일, 일기장 발췌 글-
꿈, 나의 꿈.
그 꿈은 서서히 안갯속에 가려지듯 나의 시야에서 멀어져만 갔다.
근 사 년을 다닌 나의 첫걸음이 되어준 회사의 퇴사를 삼주 정도 앞둔 어느 날, 이곳에 입사했을 때 자기소개서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초심 속 선명했던 열정과 용기를 잃은 지금의 흐릿한 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꿈과 희망, 열정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이 직업과 공간이라는 실체 없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나의 애틋한 애정과 열망, 순수한 설렘.
마음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이 분야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한 설렘에 내가 이 일이 아니면 무슨 일을 하겠냐며 늘 확신에 가득 찼던 감정.
하지만 시간이 쌓이고 쌓여, 일과 나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회의감과 자괴감, 끝없는 의문들 속 불분명함에 점철되었다. 이 직업에 재능이 있긴 한 걸까, 나의 성향과 맞긴 한 걸까.
그런 알 수 없는 시간들 가운데에 놓여 이제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행복할까라는 고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오래전 품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니,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의 선명한 내가 보여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이 길까지 오게 되었을까.
한결같을 줄만 알았던 마음이, 인생은 늘 예상치 못한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지난날의 예쁜 마음을 품고서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전의를 상실한 채 흙탕물에 섞여 피폐해진 마음이 자꾸만 곤두박질치며, 구해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마음을 지금이라도 돌보아 주려고 한다. 이후의 삶은 어떤 곳에 서 있을지, 지금으로선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실은 그래서 인생이라는 단어가 더 짜릿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