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참 특별하고 꽃다운 나이다.
그렇기에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로잡힌다. 뇌리에 박히는 특별한 것을 이루고 싶고, 경험하고 싶고, 또 도전하고 싶다.
가령 소소하게는 대회 및 공모전 수상, 자격증 취득, 해외여행 혹은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장학금 받아 학비 전액 면제, 이색 아르바이트, 한라산 등반,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액티비티 도전, 바디 프로필 촬영, 잊지 못할 뜨거운 연애 등 저마다 꿈꾸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이십 대 초, 중반에는 학업과 비교적 추억을 쌓는 이러한 것들에 눈이 갔다면 이제는 직업, 경제적인 측면이나 자아와 내면의 측면에 눈길이 간다. 20대에 내 집 마련, 주식 및 부동산 성공, 창업 및 출시, 매거진 인터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출산, 대학원 석, 박사 학위 취득, 강연 및 연설, 나의 이름을 내거는 퍼스널 브랜딩 등.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버킷리스트 목록에 아주 열정적이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은 삶에 열정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벌써 이십 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른을 코 앞에 두고 마지막 이십 대의 계절을 보내고 있으니, 점점 조급해지게 되어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십대라는 숫자에 왜 그리도 유독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이었을까. 왜 이다지도 조급한 것일까.
20대 동안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이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경험은?
아무리 생각해도 뉴스나 기사에 나올 법한 업적이라던지, 큰 성공을 거두었다던지 그러한 것은 없다. SNS를 보면 많은 이들이 20대에 내 집 마련, 20대에 스타트업 대표, 20대에 얼마 모으다. 등등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내게 20대에 걸만한 타이틀은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그렇다고 잘 살지 못했냐고? 그것도 아니다. 엄청난 성공과 결과물을 쌓은 건 아니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때그때 소소한 행복을 찾아 힐링을 하고 나름의 색다른 도전들을 해 나가고 있다. 나를 행복한 환경에 놓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으며, 행복이란 단어는 내 삶에 자주 등장했다.
이십 대를 되돌아보면, 크고 작은 경험들이 비로소 나를 채워왔다. 어느 힘겨운 날 나를 지탱해 줄 과거의 기억들이 존재한다. 추억도 적금처럼 꺼내 볼 수 있듯이 쌓아두면 좋은 법이다. 진정으로 순간순간을 사랑하고 충실했기에 떠올려 보면 반짝이는 날들이 많다.
그럼 된 것이 아닌가. 왜 자꾸만 이십 대의 시간에 무언가를 특별히 이루어야만 한다고 강박이 생기는 것일까. 때로는 잘 살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며 충분히 흔들릴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이 되고자, 무엇을 이루고자 꿈을 찾아 헤매며 안갯속을 걷듯 불안정하고 정처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나를 옭아매게 두어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가? 현재 이 순간 건강하게 잘 먹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보내는 이 평범한 날이 넘치게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지언정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그 마음과의 거리를 좁혀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되뇌어 본다.
나의 모든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있는 그대로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마음이 혼곤해지던 어느 날, 내가 쓴 이 글을 보고 다시금 흐트러지던 초점이 맞추어졌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