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퇴사를 생각하면 다들 무엇부터 떠오르는가? 혹은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가?
온전한 쉼, 여행, 제주도 한달살이, 워킹 홀리데이, 색다른 취미나 운동 등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자 계획한다. 주변에선 다들 우스갯소리로 직장인 출근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앉아 있기를 손에 꼽았다. 나인 투 식스를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설레는 일이었다.
이제 하루의 시간 계획은 온전히 나의 것, 나의 자유로 인해 선택되어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선택과 책임이 따르므로 시간을 더욱 소중히 써야만 한다.
퇴사 이후의 나는 그간 하고 싶었던 것을 방출해 내듯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친구들과 국내 여행, 한 달간 청춘 패키지 유럽 여행, 제주도 한 달 살이, 폴댄스 졸업 공연, 부모님께 작은 효도, 미용에 아낌없는 투자 등.
이처럼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 것은 나를 설레게 하는 순간들이었지만, 나의 퇴사의 큰 이유는 방향성의 문제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방향성을 만들어가고자 선택했던 퇴사였기에 항상 설렐 수만은 없었다.
나조차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은 답답한 마음, 정처 없이 떠도는 마음속 내포된 불안함. 그리고 밀려오는 조급함. 다시 스무 살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 된 느낌이었다. 잠시 공백기가 생긴 이 시기에 다른 이들은 쌓아가고 있는 경력, 수입은 없는데 쓰는 돈만 늘어나 경제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나에게 퇴사란 동전의 양면성과도 같았다.
설렘과 불안, 그 속에서 지낸 날들을 떠올리면 퇴사를 한 것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퇴사하고 "나는 무엇을 한 일이 제일 잘했어!" 라기보다 퇴사를 한 일이 제일 잘했다고 생각된다. 온전히 나의 계획 아래 이루어지는 하루하루 속에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퇴사 이후의 시간은 내게 자양분과도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내게 퇴사란, 잠시 머리를 식히며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도록, 나의 진심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