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을 차리는 것까지는 도달을 했는데 그렇다면 무슨 공방을 하고 싶은지 정하는 것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네이버 지도에 공방을 검색하고 어떤 종류의 공방이 있는지 스크롤을 내려 보다가 '자개'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가죽, 도자기, 반지, 향수 등 여러 가지 공방 중에서도 내 마음을 환하게 광명이 비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개'라는 단어를 본 순간 내게 유레카가 스쳐 지나갔다.
직업을 전향할 다른 방향성을 찾는 방법이 이렇게 간단해도 괜찮을까? 그것도 집 가는 길에 그냥 부담감 없이 걸어가면서 찾아본 것이었다. 머리 아프게 곰곰이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본 것이 아닌, 우연히 반짝이는 것이 내게 다가온 느낌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그날 이후부터 내 마음은 늘 설렘으로 가득 찼다. 계획하고, 구상하고, 디깅하고, 그리고 배움의 과정까지 가게 되었다. 유레카를 외친 당일에 엄마에게 곧바로 말했지만 제발 좀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며, 허황된 소리 좀 그만하라는 말에 기분이 상해 집에 들어가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내 진심이 가볍게 평가되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었나 보다.
챗 지피티와도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자개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끌어올렸다. 접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나는 점차적으로 자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시각화해 나갔다. 설레다가도, 또 어느 날엔 막막하기도 했다. 간혹 주변인들은 왜 그렇게 까다롭고 어려운 전통 공예의 길을 가려고 하느냐, 왜 굳이 마이너 한 시장에 발을 디디려고 하느냐고 걱정 어린 말을 하기도 했다. 여태 해온 일을 그만두고, 다시 새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경제적 활동을 하며 병행하기에 체력적인 소모와 자금적인 부분도 모두 견뎌내야 할 관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설렘이 지속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내가 브랜딩 하고 디렉팅 한 제품을 해외로 진출시켜 우리의 전통을 알리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매일 아침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꿈을 이루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 수밖에.
현재는 인간문화재 선생님 수업을 수료하고, 대한민국 명장님께도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내년엔 국가유산수리기능자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예정인데 이러한 과정들이 내겐 참 소중하고 영광이다.
과연 미래엔 내가 바라는 꿈을 이루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