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일흔에 풀어놓는 소소한 이야기(제39편)
대중가요 「도로남」의 노랫말이,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 도로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로 시작하여, “돈이라는 글자에 받침 하나 바꾸면 / 돌이 되어 버린 인생사”로 이어진다. 우리말은 이리도 참 묘하다.
이런 논리라면 돈이 ‘돌’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아니 거꾸로 돌이 돈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돈이 될 수도 있다. 이게 가능할까? 이런 의문으로 시작하다가 ‘아 맞네’ ‘그렇구나’ 할 자료 찾으려 인터넷에 들어가니 숱하게 튀어나왔다.
<하나 : 돌이 돈으로 변하면>
- 돌 하나 주웠을 뿐인데 돈방석에 앉는다? -
50년 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돌멩이만 모아 세계 최대 규모의 ‘순천세계수석박물관’을 차린 우리나라 사람이 뉴스에 뜬 적 있다. 돌 하나에 수십억 호가하는 수석도 있고, 몇 억씩 하는 수석은 수두룩하다 한다. 수석 사 모으느라 들인 돈은 200억 정도인데 현재 수석 모두를 시가로 계산하면 수천억에 이른다나.
몇 년 전 태국 '나콘시탐마랏'의 한 어부가 가까운 바닷가를 걷다가 우연히 100kg이나 되는 큰 돌덩이(?)를 보았다. 아마 어부가 아니었으면 지나쳤을 텐데 예전 ‘용연향’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 어부는 전문기관에 검사를 맡겼고 용연향으로 판정 났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결석이 돌로 변하여 가끔 해변으로 밀려오는데, 냄새나는 검은빛 돌덩어리 모양이나 알코올에 녹이면 향료로 변한다. 이렇게 변신한 용연향은 최고급 향수 재료로 쓰이며, 현재 1kg당 4천만 원 호가한다 하니 100kg이면 얼마나 되는지 상상이나 될까.
또 몇 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사는 농부가 밭일하는데 갑자기 자기 집 쪽에서 엄청난 소리 들려 보았더니 뭔가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달려가 보았더니 지붕을 뚫고 방에 떨어진 건 돌이었고, 그건 짐작하다시피 운석이었으니.
운석 가운데 일반적인 철 운석의 경우는 1g당 1~10달러, 드문 석질의 운석인 콘드라이트는 1g당 수십 ~ 수백 달러를, 달의 운석이나 화성의 운석일 경우 1g당 수천~수만 달러 이상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연히 희귀성이 높을수록 더 비싸다.
운석 떨어지는 일이 다른 나라 사례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드물게 발견되었다. 특히 2014년 떨어진 ‘진주 운석’은 뉴스에도 떴으니 아는 이가 많으리라. 진주 운석은 일제강점기 때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처음 발견된 ‘두원 운석’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무려 71년 만이다. (하지만 두원운석은 1999년 영구임대 형식으로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있는 운석은 진주운석이 유일)
<둘 : 독이 돈이 되다>
요즘 양봉 농가에서는 ‘꿀’이 아니라, 벌침에서 추출한 ‘봉독(蜂毒)’이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꿀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벌을 죽이지 않고 봉독을 빼내는 기술까지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벌 한 통에서 한 달 동안 생산한 '봉독'은 4g가량, 시가 16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채취한 꿀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돈벌이가 된다.
이 독에는 면역력을 높이는 '멜리틴' '아파민' 등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성분이 있어 천연 항생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원료로도 인기를 끌면서 2014년부터 영국에 처음 4억 원어치를 수출한 뒤 계속 이어져 양봉농가의 큰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 봉독은 반년밖에 채취 못하는 꿀과 달리 일 년 내내 채취할 수 있어 수입이 안정적이라 이걸로 수입 올리는 양봉농가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셋 : 돈을 돌로 보면>
어릴 때 「최영 장군」이란 동요(나운영 작곡, 최태호 작사)를 자주 들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 한평생 나라 위해 바치셨으니 / 겨레의 스승이라 최영 장군”
여자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무줄놀이’ 하고 있으면 사내애들은 몰래 다가가 고무줄 끊어먹기를 했다. 이도 심심해지면 그 곁을 지나가다가 노래를 바꾸어 부르기도 했는데,
“황금을 보거들랑 보께토에 집어넣고 / 주인이 오거들랑 모른 체하고 / 순경이 오거들랑 삼심육계로 / 그 이름 장하다 도둑놈일세.”로.
황금(돈) 보기를 돌처럼 할 수 있을까? 황금을 돌로 보는 사람은 천연기념물 아니면 아예 이제 씨가 마른 멸종동물이란 소리를 들으리라. 아마 강감찬 장군이 살던 고려 시대에도 드물었 테고. 그러니 장군의 어머니가 유언으로 남기셨다고 본다.
(항간에 전해오는 ‘황금을 보기를 돌과 같이 하라’라는 명언은 강감찬 장군이 남긴 말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장군의 어머니가 유언으로 남긴 말임)
돈을 보고도 탐심을 갖지 않는 사람 있다면 요즘 시대에 별종으로 고개 갸우뚱하거나 조금 모자란(?) 사람 취급받으리라.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가끔 황금(돈)에 무관한 듯이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걸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헌데 역설적으로 세속에서 돈으로 피해 많이 입고 살다가 분함과 억울함을 참지 못해 최종적으로 자연을 선택한 사람도 꽤 된다. 또 그런 곳에 살면 돈이 '짜라리' 필요 없으니 그럴 거라 여기기도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황금 보기를 돌처럼 한다는 시도만으로도 대단한 사람 아닌가.
<넷 : 돈이 '독'이 돼 버리는 현실>
돈을 돌로 보는 게 힘들지만 그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깨친 이들은 글로써나 말로써 많이 남겼다. 위인이든가, 성인이든가, 스승이라 칭송을 받는 이들 대부분의 일생을 훑어보면 많은 좋은 일 가운데서도 청렴성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사회의 뉴스거리로 떠오른다. 2021년 6월,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왕숙천 사건’ 형인 피의자는 지적장애 2급 동생의 34억 원 상속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살해하려 했다. 그는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생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범행 직전에는 약이라고 속여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간 수면제까지 먹인 뒤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올 4월에는 해운대구에서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와 형을 살해한 동생의 사건이 뉴스를 탔다. 이런 뉴스가 한두 건이 아니다. 하도 많아 웬만하면 TV나 신문에 실어주지 않는다. 앞 예처럼 장애인이 포함되거나 아버지 형처럼 존속 살해 정도 되어야 뜬다나.
이런 큰 사건 말고도 소소한 일들은 또 얼마나 많으랴. 친구끼리 가족끼리 친척끼리 돈으로 얽힌 송사로 하여 남이 돼 버린 경우. 정치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뇌물수수로 구속된다. 명예 떨어지고, 몸 상하고, 호적에 나쁜 흔적 남기고. 다 돈이 독이 된 경우다.
혹시나 하여 로또 당첨을 둘러싼 돈이 독이 된 사례가 있을까 찾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부부 이혼은 수차례며, 6년 전엔 1등 당첨 뒤 돈에 집착한 남편이 독차지하려 들면서 아내랑 갈등이 잦았다가 급기야 싸움이 났고, 흉기로 아내가 남편을 찔러 죽인 사건도 있었으니.
지난 주 수요일 밤에 20억짜리 로또 당첨의 꿈을 꿨는데 세금 33% 제하니, 13억 4천이 남아 형제자매와 딸아들을 모아놓고 각 2억씩 나눠주기로 했다. 나까지 5형제니까 각 2억씩이면 모두 10억, 딸아들에게 각각 2억씩 주니 4억, 도합 14억이 되니 딱 6천이 모자랐다.
누구 한 사람 양보해 주면 좋으련만 다들 양보하지 않으려 해 언성을 높이다 그만 잠에서 깼다. 꿈이었지만 괘씸했다. 아 지금 우린 꼭 2억이 필요한데, 내 당첨금을 저희들에게 2억씩 나눠주는 데도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다니.
꿈 깨고 나서도 한참 서러웠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