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거짓이 진실보다 아름답다

나이 일흔에 풀어놓는 소소한 이야기(제58편)

* 때론 거짓이 진실보다 아름답다 *



요즘 뉴스를 보다 '인공지능(AI)'과 '챗 GPT'란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기에 도대체 그게 무엇일까 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인공지능의 개념을 최초로 생각해 낸 인물이 '앨런 튜링'이며, 그의 이야기를 동영상(지식채널 e ‘네 번째 사과’)으로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거기엔 인류의 미래를 바꾼 네 가지의 사과가 나오는데,


첫째는 이브의 '사과’,

둘째는 뉴턴의 '사과’,

셋째는 폴 세잔의 '사과',

넷째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든 천재 '앨런 튜링의 사과'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거기에 스티브 잡스의 '한 입 베어문 애플'을 넣어 다섯으로 합니다만)


58-1.jpg (앨런 튜링이 만든 '콜로서스(Colossus)'- 제2차 대전 때 독일군 암호를 해독해 냄)



여기서 오늘 글의 글감이 나옵니다. 바로 '뉴턴의 사과'. 아시다시피 뉴턴이 자기 집의 사과나무 아래에 누워 있던 중,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얘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헌데 이는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합니다. 이미 다른 여러 가지 실험으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는데 후대에 내려오면서 제자 가운데 누군가가 갖다 붙인 얘기라 합니다. 즉 스승의 천재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결국 거짓말이라는 뜻인데, 평범한 저 같은 사람이 여태 그 얘기를 진실로 알고 있었던 걸 보면 지어낸 그 얘기, 즉 사과나무 아래에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거짓말이 진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58-2.jpg (뉴턴의 사과)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음 말을 다 알 겁니다.

‘죽으려 하면 살 것이나,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必死則生 必生則死)’

당연히 이 말은 이순신 장군이 한 말로 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헌데 이 말이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오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에서 한 글자(必 幸)만 바꿨다는 사실을 아시는가요?


[오자병법]에서는 ‘必死則生 必生則死’가 아니라 ‘必死則生 幸生則死’였습니다. 그 뜻은 ‘죽으려 하면 살 것이나, 살려고 궁리하다 보면 죽을 것이다.’ 그러니 오자병법보다 좀 더 강한 의지를 담으려 글자 하나를 바꾼 셈입니다.

따라서 누가 봐도 순수 창작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함에도 이순신 장군의 삶과 관련지으면 그렇게 잘 들어맞을 수 없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분의 말로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요.


58-34.jpg



또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와 관련된 일화도 거짓이랍니다.

왕이 순금관을 장인에게 만들게 했는데, 이것이 과연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의심을 품고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순금관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게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목욕탕에 들어간 그는 물속에선 자신의 부피에 비례하는 크기로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옷도 입지 않은 채 뛰쳐나오며 “유레카!” “유레카!” 하고 외치며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사실과 다르답니다. 헌데 이렇게 끌어다 덧붙여놓은 이야기가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벌거벗고 나갔다는 일화에서 발견의 흥분을 이기지 못한 인간의 순수함이 잘 드러났지 않은가요. 그냥 아르키메데스가 책상에서 열심히 연구하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요.


58-4.jpg (아르키메데스 '유레카')



한 가지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함흥차사(咸興差使)’란 말도 들었을 겁니다.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태종 사이에 벌어진 일 말입니다.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자 자기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그 꼴을 보기 싫다고 태조는 함흥으로 가버리자 태종은 부왕인 태조의 환궁을 권유하려고 함흥으로 차사(중요한 임무를 위하여 왕명으로 파견하던 임시 관직)를 보냈는데 가는 족족 죽여버렸답니다.

그때부터 한 번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거나 소식이 없으면 ‘함흥차사’란 말을 씁니다. 헌데 기록에 따르면 태조는 자신을 찾아온 차사를 단 한 명도 죽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죽였다는 표현이 더 진실하다고 여기는 까닭은 태조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더 낫기 때문입니다.


58-55.jpg (신대륙 발견 콜럼버스 - 그의 악행에 대해선 인터넷 참조하시길)



이밖에도 사례가 무수히 많습니다. 우리가 존경할 위인으로 알려진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하지 못할 만행을 저질렀다든지... 이럴 경우 그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진실을 알려야 하느냐, 그냥 묻혀두느냐 갈등하다가 나중에 폭로해 그의 지저분한 점이 드러났을 때 등.


언론인 제레미 캠벨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좋든 싫든 간에 거짓이나 허위는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거짓은 인간의 진화에 필수적인 요소다.’

요즘 들어 제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얼마나 진실한가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오면서 우리를 얼마나 감동시키게 만들어졌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반대로 진실을 거짓으로 바꿔 추악하게 만든 얘기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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