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눈과 돼지감자의 눈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3)

* 감자의 눈과 돼지감자의 눈 *



봄이 되면 감자를 심는다. 감자를 심으려면 먼저 씨감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다음 ‘북(식물의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을 돋워놓고 씨감자를 쪼개 재를 바른 뒤 ‘눈’이 위로 오게 심는다.

한 번이라도 감자를 심어본 사람은 알리라. 씨감자의 눈은 감자의 몸통 가운데 '패인 곳'에 생긴다는 걸. 혹 감자를 깎다 흙이 들어 있어 한 번 더 칼질을 해야 할 곳이 보이면 바로 거기다.


헌데 '뚱딴지'로 통하는 돼지감자는 다르다. 돼지감자를 캐 본 경험이 있거나 모종을 심어본 적이 있는 이라면 감자와 한 가지 다른 점을 눈치챘으리라.

감자는 속이 팬 곳에 눈이 나오는데 반하여, 돼지감자는 튀어나온 곳에 눈이 나온다. 단지 ‘돼지’라는 말이 더 붙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르다. 하나는 '패인 곳'에, 하나는 '튀어나온 곳'에 눈이 나온다는 점.


감자의 눈이 나오는 부분은 '패인 곳'이라 삶거나 굽거나 요리를 할 때 모래나 흙 같은 이물질이 든 데다 약간의 독성도 있어 칼을 깊숙이 넣어 생살까지 파내야 한다.

허나 돼지감자는 껍질을 깎아낼 필요가 없다. 대신 눈이 '튀어나와' 있는 데다 거기에 불순물이 잘 묻어 칼로 도려내면 된다.


감자의 '패인 곳'과 돼지감자의 '튀어나온 곳'은 매끈한 다른 부분에 비하면 분명히 '흠집'이다. 달리 말하면 '결점'이다.

그 둘을 볼 때마다 패이지도 튀어나오지도 않은, 즉 굴곡 없이 매끈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칼질해야 하는 주부 입장에선 더 그럴 게고.


(움푹 패인 곳이 감자의 눈)


감자와 돼지감자의 패인 곳과 튀어나온 곳이 우리네 삶에도 적용된다. ‘패인 곳’ 때문에 절망적인 삶을 살 뻔한 이가 그걸 이겨내 성공한 경우가 더러 있으니 말이다.


2003년 미국 이민 100년 되던 해에 한국인으로 최고위 공직자(차관보)가 된 강영우 박사. 그분은 중학교 때 축구하다가 친구가 찬 공에 눈을 맞아 실명하여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는 거론 않는다. 다만 그분이 남긴 말로 대신한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책(「어둠을 비추는 한 쌍」)으로 쓸 수 있었지요. 내가 만약 비장애인이었다면 지금의 성취가 없었을 겁니다.”


이번에는 패인 곳 대신 '튀어나온 결점'을 살려 성공한 이들을 한번 보자.


튀는 행동 때문에 다른 이들로부터 지적받으면 주눅이 들어 대부분 기가 죽는데 그걸 오히려 살려 성공한 사람을 가끔 본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말대꾸를 자주 하는 아이나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는 환영받지 못한다. 즉 ‘튀는 아이’는 찍히기 십상이다. 자칫하면 말대꾸하는 아이는 건방진 애로 찍히며,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도 진도에 늘 쩔쩔매는 교사의 입장에선 괘씸죄로 눈 밖에 나기도 한다.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태양의 제국」 등 창의적인 영화로 세계인들의 공상을 마음껏 펼치게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그는 초등학교 다닐 때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해 어찌나 수업을 방해했던지 담임교사가 부모님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너무 산만하여 특수학교에 보내거나 집에서 따로 가정교육을 시켜야 하겠어요.”

어머니는 그 말에도 아들을 믿고 엉뚱한 질문을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장려했다고 한다. 그것이 오늘날 자신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라고 스필버그가 나중에 회상을 했고...


(돼지감자의 눈은 튀어나옴)


봄이 되면 감자를 심는다. 싹이 난 '패인 곳'을 피해 여러 쪽으로 쪼개 심는다. 반찬으로 먹으려 할 때 그 ‘팬 곳’은 무척 귀찮은 부분이지만 감자로 보면 거기서 싹이 나와 새끼들을 주렁주렁 매달리게 만드니 얼마나 중요한 곳인가.

돼지감자도 울퉁불퉁하게 제멋대로 ‘튀어나온 곳’이 밉상이라 뚱딴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거기에 혈당을 낮추는 요소가 들어있는 데다 그곳을 기준으로 하나둘 싹이 다시 트면서 그의 종족을 퍼뜨리는 중심점이 된다.


이를 보면 우리가 '흠집'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즉 흠집이라 여겼던 부분도 생각을 달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장점으로 탈바꿈시킬 수가 있다는 걸.

전래동화 속의 혹부리 영감은 그 혹 때문에 오히려 부자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내게도 혹이나 흠집이 많다. 그동안 그걸 감추기에 바빴다. 이제 나의 혹을 감추기보다는 그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려 한다. 단 하나라도 찾을 수 있다면 올해 이룬 가장 빛나는 성과가 될 것 같으니까 말이다.


*. 커버 이미지는 돼지감자꽃인데, 언뜻 보면 해바라기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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