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그러니 놓인 자전거

목우씨의 '두줄시'(제10편)

* 덩그러니 선 자전거 *



주인은 어데로 갔는가,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은데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바큇살 사이로 떠오르는 그 얼굴




<함께 나누기>


아버지는 손재주가 남달랐습니다. 손에 톱과 망치와 끌과 대패만 쥐면 뭐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냈습니다. 목수 직업을 가진 적이 없었으나 아마 목수로 일했어도 대목장 한 자리는 차지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뛰어난 솜씨를 지녔지만 한 번도 저를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뭘 만들어주진 않았습니다. 말로만 전할 뿐. 추수가 끝나고 텅 빈 논에 연 날리는 시절이 오면 또래들은 가오리연 아니면 방구연(표 : 방패연)을 들고 나왔건만...


방귀연을 가지고 싶은데 그건 너무 힘들어 자새(표 : 얼레)를 먼저 만든 뒤 가오리연 만들려 할 때였습니다.

“대나무 살이 한쪽이 두껍고 한쪽이 얇으면 똑바로 뜰 수 있겠나?”

그 말에 저는 얼른 두 쪽 대나무살 두께를 비슷하게 맞추었고.




다른 아이들이 형이나 아버지가 만든 썰매를 갖고 나와 탈 때 저도 타고 싶은데 만들어주지 않으니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연 만드는 능력에 비해 썰매 만들기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 망치로 못 박기는 기본에다 철사 휘기와 중심 맞추기 등.

도저히 자신이 없어 만들어 달라고 하자, 어느 날 나무와 철사와 못과 망치를 갖다 주며 한 번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절대 당신이 도와주진 않고 곁에서 지켜보며 혹 아주 어긋난 방향으로 나갈 땐 멈추게 하고선,

"고렇게 만들면 썰매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유도 질문만 던졌을 뿐.


(KBS뉴스, 2013.01.08)



뭘 가르쳐 줄 때도 마찬가지. 하도 제가 자전거 타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이자, 어느 날 타작마당으로 데리고 가더니 그냥 타보라고 했습니다. 잡아주지 않은 상태에서 몰다 보니 그냥 처박히자, “와 넘어졌노?”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볼멘소리로 “자전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요.”

“그러면 와 한쪽으로 기울어지노?” 했습니다. 저는 또 “몸이 한쪽으로 쏠렸으니까요.” 하자,

“그러면 쏠릴라 할 때 안 넘어지게 하면 안 되나? 넘어갈라카면 반대방향이 좋은가 넘어지는 방향이 좋은가 한 번 해 바라.”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넘어가려는 반대방향으로 버텨야 넘어지지 않지, 넘어지는 방향이라면 당연히 더 넘어질 텐데 왜 저런 말을 하는가 하고.

해서 혼자 남아 넘어지려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억지로 버텨보았건만 다시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아마 그날 무르팍이 꽤나 벗겨졌을 겁니다. 그래도 계속 그 방법으로만 하였는데 넘어지는 꼴불견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한국경제, 2019.06.23)



넘어지려는 방향으로도 한 번 해 보라고 한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고 그대로 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넘어지지 않고 타게 되었습니다. 무수히 넘어지고 다친 뒤에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때 솔직히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냥 한 번 시범삼아 보여주었더라면 다치지 않았을 텐데….


나이가 드니 비로소 아버지의 교육 철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울 아버지는 머리로 배우지 말고 몸으로 익힘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자. 머리로 익힌 기술은 시간이 가면 잊히지만 몸으로 익힌 기술은 쉬 잊히지 않는다는 점을 일러주려고.


사십 년 전에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는 아직도 제게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바큇살 사이로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과 함께.


*. 두 그림은 제가 그렸지만 남의 그림을 보고 참고해 그렸습니다.


keyword
이전 09화소녀와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