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두줄시'(제12편)
'우리 이제 그만!' 말 건네고 자리 떴건만
네댓 발 가다 돌아보면 그 눈동자 사라지지 않네
<함께 나누기>
삶을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이라 정의한 글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열심히 사는 것도 그와 나 사이의 관계 맺음 때문이겠지요. 이를 인연이라 해도 되고, 찰나의 눈 맞춤이라 해도 되고, 귓가를 스친 날카로운 바람이라 해도 됩니다.
처음 만남은 어색하지만 만나고 또 만나면 정이 들 테고, 그 정이 깊어져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이때부터 사랑, 참 오묘한 여정의 시작입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도 하고 가끔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며 삶의 파고를 넘어갑니다.
이런 사랑의 힘은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도파민과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의 덕이라 합니다. 도파민은 뇌신경 세포에 흥분을 전달하고, 엔도르핀은 우리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 이 둘을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이 호르몬들의 수명이 오래가면 좋은데 얼마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짧으면 6개월 길어야 3년이라니까요. 이 과정에서 사랑이 잠시 주춤할 때가 있는데 이 ‘잠시 주춤’을 이겨내지 못하면 이별로 이어지고...
불교에선 우리네 삶을 회자정리(會者定離 : 만나면 반드시 이별함)요, 거자필반(去者必反 : 헤어지면 다시 만남)이라 했습니다. 그러니 이별의 마차가 왔을 때 타고 가며 뒤돌아 손을 흔들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이별일까요?
1960~7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대표적 배우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이 두 사람은 결혼과 이혼을 두 번 합니다. 처음 헤어질 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한 말이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림은 너무나 멋진 말이라 잊혀지지 않은 듯.
우리나라 배우 최무룡과 김지미 역시 1969년 이혼하면서 남긴 말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였습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지느냐?’란 물음보다, 사람의 관계는 끝이 없고 특히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는 언제 다시 이어질지 모르므로 그 마지막 미련은 남겨두자는 의미일까요?
어느 날 그림 하나 봤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냥 보고 넘겼을지 모르나 제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다 다시 뒤돌아보는 장면으로 보였습니다. 순간 저 그림을 그려야 하겠다고 붓을 잡았고, 비슷하게 베꼈습니다. 이번에 그림책 만들면서 활용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에서 이 ‘두줄시’의 [시작노트]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하다가 헤어지면 슬프다. 더욱 ‘우리 이제 그만!’이란 말 남기고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보기 싫다. 눈물이 터질까 봐.
함에도 저쪽도 돌아보겠지, 그래도 나는 안 돌아봐야지, 내가 먼저 끝내자고 했지만 붙잡을 줄 알았는데 그놈의 자존심이 뭐길래.
한참 가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돌아봤는데... 아 그녀도 뒤돌아보고 있다. 그럼 우리는 헤어지는 걸까, 아님 다시 끈을 잇게 되는 걸까?”
*. 첫 자료는 제가 남의 어반스케치 보고 참고해 그린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