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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아름다워라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아름다워라




천년도 넘게 잎이 떨어지고 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잎을 맞으며

합장하는 사람이 있다

곧 앙상해질 나무에 기대 우는 사람이 있다

돌에 돌을 얹는 사람

낙엽을 주워 책 사이에 끼우는 사람  

   

여기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사람에게는 못하고 

나무에게 돌에게     


아무도 이 나무에서 목을 매지 않았다 

믿는다     


나무가 주는 위로가 플라시보 효과라 해도

플라시보 플라시보 풀풀 가볍게

마음에는 진짜가 없으니까     


노란 잎이 노랗게 떨어진다

천년을 살고도 다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나무에게

사람들이 몰려온다     


아름답다고

아름다운     


나무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돌아서며

쓰러진다 노랗게 쓰러져도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무수히 떨어지는 은행잎인 줄 알고

쌓이고 쌓이는 낙엽인 줄 알고



-「문장웹진_콤마」『문장웹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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