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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영현 Sep 22. 2023

아침 거미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아침 거미




아침에 거미를 보면 재수가 있다고

아침 거미는 죽이지 않는다.

거미에게는 정말 재수 좋은 날이겠다.

근거 없는 믿음이 죽음을 피하는 쪽으로

창을 여는 아침.     

언니는 왜 아침 거미가 되지 못했을까, 생각하다

밤이 되면 다 밤 거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늦다. 자꾸 늦어져서 아침이 지나고

죽음의 눈에 띌까 봐 총총 걸어간다.     

빌딩 외벽 청소부가 추락했다는 기사가 떴다.

몰라도 되는 소식이라고 폰을 닫으려는데

친구 아버지의 부고가 열렸다. 친구의 부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일을 마치고 검은 옷을 입으러 집으로 간다.

태풍이 오고 있다. 발인 때 태풍이 오면 어쩌지.

유족처럼 걱정을 해도

나는 유족이 아니고.     

아침에 봤던 거미일까.

대롱대롱 매달린 해를 녹여 먹고 있다.

벌겋게 허물어지는 하루.

하나뿐인 검정 외투의 단추가 떨어졌다.




-「문장웹진_콤마」『문장웹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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