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아침 거미
아침에 거미를 보면 재수가 있다고
아침 거미는 죽이지 않는다.
거미에게는 정말 재수 좋은 날이겠다.
근거 없는 믿음이 죽음을 피하는 쪽으로
창을 여는 아침.
언니는 왜 아침 거미가 되지 못했을까, 생각하다
밤이 되면 다 밤 거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늦다. 자꾸 늦어져서 아침이 지나고
죽음의 눈에 띌까 봐 총총 걸어간다.
빌딩 외벽 청소부가 추락했다는 기사가 떴다.
몰라도 되는 소식이라고 폰을 닫으려는데
친구 아버지의 부고가 열렸다. 친구의 부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일을 마치고 검은 옷을 입으러 집으로 간다.
태풍이 오고 있다. 발인 때 태풍이 오면 어쩌지.
유족처럼 걱정을 해도
나는 유족이 아니고.
아침에 봤던 거미일까.
대롱대롱 매달린 해를 녹여 먹고 있다.
벌겋게 허물어지는 하루.
하나뿐인 검정 외투의 단추가 떨어졌다.
-「문장웹진_콤마」『문장웹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