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마침내, 일이 터졌다.
그 날, 민자는 옥빈에게 입고 온 스웨터를 벗어주었다.
그 분홍색 스웨터는 가슴쪽에 반짝반짝 작은 구슬이 달려 있는 민자가 아주 좋아하는 옷이다. 민자 생일에 엄마가 선물로 사준거다. 옥빈은 오빠 하나와 언니 하나가 있었는데, 언니는 민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예뻤는데 미군부대 식당에 일 하러 다녔다. 어머니는 안계셨고 아버지는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다른 지방에 일 하러 가시고 아주 가끔씩만 집에 오신다 했다.
그 날은 언니 애인이 집으로 오는 날인데, 자기는 예쁜 옷이 없으니 내 옷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옷을 벗어 준 채,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는 그런 민자를 보고 질겁을 하셨다.
얼마나 어리숙하면 제 옷을 뺏기고 오냐고 분해 하시며 화를 많이 내셨다.
다음 날, 학교 선생님을 찾아오신 아빠가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선생님은 옥빈을 앞으로 불러냈다. 반 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긴건가 놀라 눈이 커졌다.
"넌, 자기 꺼와 남의 꺼를 구별 못 하니? 남의 꺼를 탐내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도둑노옴 - -"
아이들의 어이없는 합창에 옥빈은 도둑놈이 되었다.
철없는 아이들의 합창소리에 옥빈은 입술을 깨물었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옥빈은 울지 않았고 절대 잘못했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두 눈을 한 껏 힘주어 민자를 째렸을뿐이다.
민자는 이 갑작스런 이별에 잠시 외롭기도 했으나 곧 착한 명자, 잘 웃는 진숙이, 까부는 미경이와 친해졌다. 민자 스스로 만든 친구는 아니었지만 착한 친구들이 스스로 다가와 주었다.
어딘가 모르게 민자와 비슷한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뭉친 모양새가 되었다.
옥빈이는 저 혼자 겉 돌다가, 학교도 나오다 말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