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어르신이,
장사를 나선지 3주째였다.
변함없이 어르신은 10시쯤 출근 5시 퇴근.
안팔려도 크게 아쉬운 기색이 없고, 팔려도 크게 기뻐하지 않은 듯 보였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정이는 자꾸 어르신께 말을 붙였다.
"집에 운동화가 얼마나 있어요?"
"그것이 왜 궁금한겨?"
"그냥요 - - 많이 남았나하구요 - - "
묵묵 - . 어르신 스타일
"할머니는 혼자 계셔두 되는 거예요?"
"낮에 돌보미가 오니께 - - "
"아 - - 그래도 혼자 계시면 안되는 거 아니예요?"
"워쩔겨?"
"네?"
'화 나신건가?' 정이는 가슴이 콩닥콩닥.
점포사장들이 입소문을 내주어 가끔 젊은 사람들도 운동화를 사러왔다. 정이가 살펴보니 짝퉁 운동화도 있고, 중국산, 베트남산, W사, S사 여러가지 섞여 있는데 싸이즈가 고루 없다. 주로 어르신은 예약을 받고 다음날 갖다주는 식이었는데 디자인, 색상따윈 선택의 여지가 없고, 주로 이 모양으로 250이요, 240이요 이런 주문이다.
정이 처음 생각으론 누가 사갈까 의심도 들었지만 어쨌거나 어르신은 두 달을 넘기고 있었다.
누군가 아들에 대해 물어보거나 섣부른 위로를 해와도 어르신은 무표정, 침묵으로 먼 산을 보신다.
그 날은 아침부터 엄마랑 한바탕 말다툼을 했다.
철없는 동생은 아직도 인생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기야 이십대 자신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고 되는대로 사는 처지지만 저는 아들이고 남자 아닌가?
동생은 벌써 마음을 비운건지 생각을 비운건지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단다. 우리 처지에 노래라니 - - 헛 웃음이 나왔다. 어릴적부터 엄마가 편들며 기를 살려준 결과다.
"마음이 가는 건 한 번 해봐야 되 - - 안그럼 평생 마음에 걸려 - - "
엄마 말은 이해가 안됐다.
돌아서면 후회할걸 알지만 엄마에게 좋은말이 나가지 않았다.
제 설움에 눈물까지 펑펑 쏟아내고 출근한 아침. 그 어르신을 보자 또 눈물이 터졌다.
"왜 다 큰 처자가 울고 다니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