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맑은 가을날이었다.
다시 식당은 온갖 냄새로, 떠들썩한 기운으로 출렁거렸다.
항상 요란한 식사와 떠드는 소리로 혼잡하기가 역 터미널 못지 않았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술자리 끝에 누군가는 다퉛으며, 멱살 잡혔으며, 욕설이 난무했다.
어지러운 아수라장이었다.
연숙은 가끔은 아니 이따금, 때때로 눈으로 그를 찾았다. 그렇다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가 보이지 않으면 왠지 서운했다. 이미 아는 사람 같은 느낌? 이 이상한 기분에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실버 벨- - -실버 벨- - -"
누군가의 휴대폰 벨 소리처럼 미끄러지듯 겨울이 왔다.
또 다시 크리스마스 하루 전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긴 휴가가 시작 되었다.
이때는 돌발적인 휴가가 아니라 그동안 일했던 일당을 제대로 챙겨 받고 지갑을 두둑히 채워 고향으로, 마누라에게로, 자식에게로 당당히 돌아가는 정기 휴가였다.
돌아갈 곳이 없는 연숙은 몹시 추웠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항상 바빴다.
큰 아이는 틈틈이 학원 강의를 나가며 대학원 공부에 매달려 있었고, 딸애는 미국인가 호주인가 어학연수 간다고 한국을 떠나 있었다. 제 앞가림을 잘 알아서 해 주는 애들이 고맙고 대견했지만 한편으로 자신에게 그 어떤 일이고 의논해 오지 않는 애들이 야속하고 섭섭했다. 속 좁은 자신을 탓하며 연숙은 가슴을 눌렀다.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럴때면 심장이 튀어 나오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누군가와 이 세상에서 제일 더럽고 추잡한 욕설로 미친듯이, 미친듯이 싸우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그녀의 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