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절반 이상을 살아가던 중,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깨우듯 브런치 알림이 울렸다.
공지를 보았고, 나는 또 공부에 끼여 살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날 때 브런치에 들어가면, 홈화면을 가득 채우는 응모 화면덕에, ’아, 맞다. 브런치북..‘ 하곤 했다.
조금 노곤한 일요일, 바닥에 걸터앉아 브런치북 생각에 빠져 들었다.
나는 지금껏 너무나 당연하게, 주제 구분 따위 없이 1년간 쓴 글을 하나의 매거진에 넣었다. 마치 재료 구분 없이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넣어 볶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들어가 있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막막해졌다.
나는 이 브런치 북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거지?
한데 섞여 있는 매거진 글을 하나하나, 다시금 살폈다. 나도 내 글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엉켜있는 이야기 더미를 뒤로 하고, 나는 최근 눈여겨보았던 작가의 브런치북을 보았다. 그러고 나니 보였다. 이 사람의 브런치북 글은 모두 하나의 메시지에 도달해 있구나. 그러고 다시 내 매거진을 보니, 더욱 난잡해 보였다. 나는 다시, 질문에 대한 답을 궁리했다.
결국 남들과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은 나이였다. 공부만 하기에도 바쁜 고등학교 2학년. 심지어 조금 있으면 고3이 되는 중요한 시기. 나이만큼이나 경험도, 지혜도 부족하다. 그래서 계속 넘어지고 실패를 맞닥뜨린다. 하지만 이 실패에 지칠 줄 모르는 나만의 꿋꿋한 일어섬, 그리고 새로운 방법의 탐구는 계속적인 실패에 지친 이에게 색다른 위안과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이 적어본 고2>에는 1년 동안 끊임없이 넘어졌고 생각했고 표현했던, 풋풋하지만은 않은 고등학생이 듬뿍 담겨 있다. 작디 작은 내 글이 무어라 질문을 던지는 글이 되기를, 무언가 깨달을 수 있는 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