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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학년의 사회생활

by 온 아무

교사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한 가지는 바로 아이들로부터 공주님, 왕자님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가 그리 예쁘거나 멋지지 않아도 자기 담임 선생님을 가장 멋지고 예쁘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다. 특히 학생들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럴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1학년 교사를 하게되면 실제 외모와 관계없이 아이들로부터 준아이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보통은 그 시기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나, 좋아하는 아이돌을 닮았다고 하는데 그걸 들으면 아이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하츄핑 같은 캐릭터를 닮았다고 할 때는 넉살좋게 "고마워!"라고 하지만, 그게 예쁜 아이돌일 때는 '이 아이돌은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날 닮았다는 망언을 들었을까.'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들에게 매번 거짓말을 한다. 어쩌다 아이들이 유독 말을 잘 들은 날, 선생님이 지금까지 수백명의 학생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올해 우리반이 제일 멋지고, 말도 잘듣는 최고의 제자들이라고.


고학년한테 말하면 "에이~쌤, 거짓말~"이라면서 좋아하지만, 일학년은 어깨를 핀 채 비장하고 의젓한 어린이 모습이 되곤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하랴. 말 한마디로 누군갈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 어쩌면 일학년이더라도 이 사실만큼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국어 시간이었다. 그날 공부 주제는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수업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손을 들고 발표 해보게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하고 있는 우리반 문제점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반에서 다툼을 가장 많이 하던 하진이는 다투는 것이 문제라 했고, 장난을 많이 치는 지훈이는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문제라고 했다. 발표를 하라고 했는데, 고해성사를 하다니. 귀여운 녀석들.


그때 제일 앞줄에서 턱을 괴고 있던 성준이가 뭔가 생각난듯 손을 번쩍 들었다.


"네, 성준이. 우리 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


"선생님이 예쁜거요."


오잉? 나는 갸우뚱 거리며 성준이에게 다시 물었다.


"우리 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맞나요?"


성준이는 고개를 끄적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님이 예뻐서 공부에 집중이 안돼니까요."


피식, 내 미소에 우리 반 아이들도 모두 배를 잡고 깔깔깔. 너도나도 아부하듯 나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이어간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것이 수업 시간에 1분이라도 딴소리를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것을.


"고마워요. 선생님 눈에도 우리반도 제일 예쁘고 멋져요.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예쁘고 멋진건 해결방법이 없는 걸?"


한바탕 웃고난 뒤, 나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한가지를 골라 해결방법을 적어보게 했다.


이후 발표를 하는데, 민하가 기어코 '선생님이 예쁜 것'이 우리반 문제점이라고 발표를 했다.


"민하야, 이건 해결방법이 없잖아~ 해결방법이 있는 문제를 써야지."


그때 민하가 말했다.


"선생님은 쌩얼이 예쁘니까 화장을 하면 돼요."


.

.

.

.


... 고 고마워.. 근데 선생님 화장 한건데...ㅜ..


잠깐.... 이거... 칭찬 맞지....? 고도의 디스 이런건가?




귀엽고 꼬질꼬질한 둘라

여러분! 죄송해요!!

제가 왜 이럴까요!!

이번주 글쓰기도 안하고 놀고만 싶은거 있죠!

이 시간이 되어서야 올리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희집에 며칠 놀러온 귀여운 강아지랑 노느라 그랬어요..

강아지 외모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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