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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부대, 그들이 몰려온다.

by 온 아무

아이들은 질문이 참 많다. 특히 학년이 내려갈수록 질문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어느 정도로 많냐면 앞자리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설명을 듣던 깍쟁이 녀석이 "그만 좀 물어봐. 선생님 목 다 쉬셨잖아!"라며 대신 핀잔을 줄 정도이다.


처음엔 내가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아서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어떤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다가와 다시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하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불안감이 있는 아이: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했다가 보호자로부터 혼난 경험이 많은 유형

2) 원리원칙이 중요한 아이: 응용력이 미흡하여, 자신이 하려는 일부 변형된 행동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받으려는 유형

3) 교사에게 관심받고 싶은 아이: 평소 교사에게 다가와 대화를 자주 거는 유형

4) 내가 설명할 때 안 듣고 딴짓한 아이:... ㅠㅠ


하도 여러 명이 질문을 하다 보니 가끔은 한 명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학생까지 "네!" 하며 어디론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그 학생이 왜 "네!"를 하며 간 건지, 어떤 질문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아이들의 질문에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질문들도 숨어있으니까. 예를 들어

"선생님, 집에 가도 돼요?" (방금 학교 왔는데??!) 라던지

"선생님, 강아지 데려와도 돼요?" (지금 미술시간인데?강아지가 도대체 어디에!?) 라던지.


일 학년 아이들은 선이 없다. 그 선을 만들어주는 게 일 학년 교사의 역할이다. 질문들이 너무 많아서 쉬는 시간까지 이어지곤 하는데, 나에게 몰려오는 질문 부대(?)를 처리하기 위해 나는 큰 소리로 외친다.


"질문할 사람은 줄을 서세요! 줄!"


그러면 적게는 2~3명, 많게는 7~8명까지도 줄을 선다. 그렇게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다 보면 황금 같은 쉬는 시간 10분은 금세 끝이 나고 만다. 다음 수업 준비물이라도 세팅해야 할 경우엔, 줄의 맨 끝에 서 있던 한, 두 명의 아이에게는 다음 시간에 얘기하자며 돌려보내고 수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가끔은 두 번의 쉬는 시간을 들여 간신히 나에게 한 질문이 "선생님은 무슨 색깔을 제일 좋아해요? "와 같은 것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선생님은 노란색, 민이는?" 하고 답변 뒤, 학생에게도 질문하며 나름의 성의를 표한다. 잠시 뒤 민이가 노란색 색종이에 편지를 적어 나에게 내밀었을 때, 그것이 나에게 쓸 편지의 색종이 색깔을 고르기 위해 포기한 시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급식실은 참 시끄럽다. 모든 학년이 모이는 가장 시끄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왜 선생님이 급식을 먹으면 급식실에 못 남게 하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선생님 혼자 맛있는 거 더 먹나?’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급식실에 남겨두지 않고 밖으로 보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그릇, 물기 등이 있어 위험하기도 하고, 자리를 비워줘야 다른 학년이 먹을 공간이 생기기도 하며, 온갖 다툼의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아이들을 내보내도 급식실은 전쟁통 같아서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질문 부대의 공격은 여전하다.


식판을 들고 나에게 검사를 맡기 위해 민준이가 내 옆에 섰다.


“선생님, 검사해 주세요.”

“밥알 한 톨도 남아있지 않게 국그릇 안에 다시 정리해 주세요.”

“네.”


그 사이 소영이와 민지도 와서 질문을 한다.


“선생님 운동장 나가서 놀아도 돼요?”

“네! (2학기니까 그만 물어봐도 돼....)


식판을 정리하러 갔던 민준이가 다시 내게 와 물었다.


“선생님, 식판 통과예요?!”, “선생님#%ㅕ흘*%ㄹㅣ^ㄴ&ㄱ%ㅁㅓ^ㄱ@돼요???”


민준이의 식판을 보고 “네.”라고 대답하는 사이 상훈이가 동시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는 자리로 쌩-


‘응? 무슨 질문을 한 거지?’하고 상훈이를 쳐다보는데, 바닥에 떨어진 핫도그를 후- 후 불더니 ‘와앙’하고 야무지게 베어 먹었다.


??!!?!?!?!


나는 놀라서 “상훈아! 바닥에 떨어진 걸 먹으면 어떻게 해!!!”라고 소리쳤다.


"선생님이 먹어도 된다고 해서요."

“언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내려놔. 조리사님께 다시 달라고 하자.”

“네.”


나는 조리사님께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상훈이와 핫도그를 다시 받아왔다. 자리로 돌아오던 길에 상훈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3초 안에 주워 먹으면 괜찮대요.”


세월이 흘러도 3초 룰은 국룰인가.


나는 차마 상훈이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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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핫도그 떨어진지... 3초... 지났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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