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프리카 말라위, '보트 사파리'는 이렇다.

빈국의 관광지에서 하마를 보다가 했던 생각들.

by 몽기
치우타 호수 근처의 호텔. 잘 손질된 정원 한가로이 노는 원숭이 떼.

말라위 남동부와 모잠비크 국경에 걸쳐 있는 치우타 호수(Lake Chiuta)를 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우리는 8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각기 이 주변 지역으로 3일간의 사역을 떠났는데, 같이 갔던 팀원과 처음으로 약간의 충돌이 생겼다. 숙소는 정전으로 전기가 들락날락했고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겹쳐 버렸다. 힘든 일이야 어디서든 있었지만 역시 사람과의 불협이 가장 어려운 듯했다. 원래는 일을 마치고 그곳에서 하루를 더 머물 예정이었지만 결국 팀은 다시 둘로 나뉘었고 우리 네 명은 리더가 있던 본팀에 합류를 하게 됐다.

센스 있는 리더께서 두 충돌자를 분리시키고자 급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본팀은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좋은 곳에서 호화호식(?)을 하며 머물던 중이었다. (숙소를 예약할 때면 현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구글로 검색을 해서 했지만 도착 전까지는 그 상태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았다.) 말라위에도 이런 호텔이 있긴 있구나... 자체 발전기로 인해 전기가 끊이는 일이 없었고 온수와 냉수로 원 없이 샤워를 할 수도 있었다. 모든 서비스는 친절했고 과하지 않게 적절했다. 수영장 옆에서 아담하지만 뷔페 저녁을 먹을 땐 여기가 말라위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하긴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나 팝스타 마돈나도 이 나라를 여행했다 하니 그들이 묵었을 만한 괜찮은 호텔들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호텔 로비에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흑인 지도자라는 점에 자긍심을 느끼는 듯했다.

깨끗한 침대에서 모처럼 깊은 잠을 잘 잤다.

조용하고 깨끗한 개별 룸.



치우타 호수 선착장 근처.

다음날 아침, 여러 일들로 지쳐있던 우리 4명을 위로하고자 리더는 근처 호수에 야생 하마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다 마쳤으니 블랜타야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머리를 식히자는 거였다.

치우타 호수는 작고 얕지만 다양한 물고기와 철새가 서식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데 야생 하마를 탐험하는 보트 사파리로도 유명한 곳이란다. 말라위 호수등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관광 인프라가 덜 개발되어 야생 그대로의 분위기를 오히려 더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이 주변에 괜찮은 숙소들이 꽤 있어 보였고 보기 드문 대형 관광버스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다. 숙소며 레스토랑이며 선착장이며 꽤 규모가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꽤 있는 듯했다. 그나저나 말라위로 관광을 오는 이들은 누구일까? 나도 나지만 세상엔 참 다양한 여행자가 있다.

호숫가에서 보트를 기다리며 커피를 한잔씩 마셨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우유까지 따뜻하게 데워 와 부어주니 좋았다. (그 와중에 호주인들은 차가운 우유를 달라고 한다. 문화 차이다.) 어쨌든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푸른 정원에 앉아 마시는 진한 커피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곧이어 6명의 우리 일행은 낡은 보트를 타고 선장의 가이드를 받으며 하마 탐험에 나섰다. 얼마간 보트를 타고 호수를 따라 이동하며 약간의 수풀을 지나자 난데없이 하마 떼가 나타났다. 하나 둘,,,,십여 마리가 떼를 지어 물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우리를 쳐다본다. 눈이 딱딱 마주치는 순간은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얌전히 수영을 하며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뺐다 한다. 귓속에 들어간 물을 빼내려 푸르르 얼굴을 턴다. 그러다가 눈을 깜빡이며 빤히 눈 맞춤을 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알고 보면 덩치도 어마어마하고 매우 위험한 동물이기도 하지만.

팀원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던 하품하는 하마 사진. 타이밍이 좋았다.

그들을 지나치고 다시 조금 보트를 타고 가다 보면 또 다른 무리가 어디선가 나타난다.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마들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감탄을 하고 웃고 떠들다 보니 뜨거웠던 머리가 다 식었다. 고맙다. 하마야!


호수를 따라 몇 시간을 배를 타고 올라가며 육지와 해상 동물들을 반나절 동안 탐험하는 사파리도 있다는데 시간이 빠듯해 돌아선 것이 아쉬웠다.



숙소 레스토랑 벽화. 작은 배를 타고 전통 방식으로 작업하는 어부들.

불법 조업을 하는 어부들을 만났다. 그냥 말이나 몇 마디 나눠보려고 우리 보트의 선장이 다가갔더니,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제 발이 저린 건지 '우린 낚시를 하지 않았다' 어쩌고 변명을 하다가 '니들은 뭐 여기까지 와서 관광이냐' 등등의 시비를 거는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히 배를 돌려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크게 위협적이지도 않았지만 백날 노를 저어봐야 모터보트를 따라오지도 못할게 뻔했다.

세상이 모르는 숨은 보석 같은 당신들의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도 보고 싶어 왔다.

이렇게라도 누군가가 찾아온다면 당신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궁색한 답변을 찾아본다.


그나저나 저 괜찮은 호텔에는 주로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이 장기투숙하고 있었는데 특히 도로 공사를 하는 중국 건설 관리자들이 많았다. 말라위는 지금 중국 자본으로 대규모 도로 공사가 여기저기 진행 중이다. 누구의 자본이든 일단은 개발부터 좀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하마를 보며 식혔던 머리가 다시 뜨거워지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