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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09. 2021

한국을 대표하는 '차'(Tea)는 무엇일까?

보리차 vs 인삼차, 외국인의 선택은?

나는 그것이 인삼차인 줄 알았다. 외국인에게 선물할 기회가 있을 때 종종 고려 인삼차를 샀고, 집에서 손님에게도 한국 문화를 알린답시고 인삼차를 대접했다. 나 자신 한국에서는 별로 마시지도 않던 인삼차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며 같이 마시다 보니 오히려 호주에 와서 인삼차를 더 많이 마셨던 것도 같다.

그런데 이 차를 마시는 외국인들의 반응은 신통찮았다. 최고의 칭찬이 ‘난 그래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정도이고 보통은 ‘이걸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냐’ ‘마른풀을 끓여 마시는 기분이다’ 내지는 ‘냄새가 역겹다.’ ‘마시고 났더니 머리가 아프다’ 등등.. 그래서 한동안은 차를 내놓으며 꼭 한 마디씩 덧붙였다. ‘맛은 별로지만 몸에는 좋으니 마시라’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무리 몸에 좋아도 입에 안 맞으면 먹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몸에 좋다, 정력에 좋다는 말만 하면 산 곰의 웅담과 쓸개도 빼다 먹을 정도지만.;;


그래서 어느 날 과감히, 계획을 수정했다. 인삼차 대신,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끓여 고상하고 예쁜 잔에 담아 대접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령,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보리차 한잔 드시려우?” 하면,

“보리 (옥수수)로 차를 끓인다고? 정말 신기하네. 우린 그냥 시리얼로 먹는 정도인데..” 하며 호기심을 보인다.

맛을 본 뒤엔, “음.. 정말 보리 맛이 나. 구수하고 좋은데요. 이 차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하며 궁금해한다.

“보리를 볶는(roast)거예요. 중간으로(medium) 볶으면 구수한 맛이 살아나고, 좀 더 강하게 볶아 탄 맛을 살리기도 하지요. 전 약간 탄 맛이 섞인 보리차가 맛있더라고요. (Full body) ” ^^


여기까지 설명을 하고 나면 난 약간 사기 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싸구려 보리차를 고급 커피와 같은 급에 놓고 비교하는 게 편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상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들이 잘 아는 커피에 빗대어 설명을 하다가, 내심 생각해 보니 커피에 꿇린 건 뭐 있는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덧붙인다.


“보리차는 곡류를 볶은 거라, 많이 마셔도 해롭지 않아요. 오히려 이뇨작용도 돕고 득이 되죠. 카페인이 없어서 밤에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어요. 추운 날엔 따뜻하게 끓여 마시고 더운 날엔 차게 해서 드셔도 되고, 얼음을 동동 띄어 ‘아이스 보리차’로 마셔도 어울려요. ” ^^


여기까지 설명을 하면, 그들은 묻는다. “이 차는 어디 가면 살 수 있나요? 이렇게 맛있고 좋은 차를 안마실 이유가 없지.”

이 차를 끓일 때 플런저(커피를 우리고 걸러내는 도구)가 필요한지, 보리 알갱이를 글라인더로 갈아야 하는지,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재차 묻는다.


“복잡한 기구는 필요 없어요. 집에 있는 주전자 하나면 돼요. 이미 볶아서 포장된 제품들은 갈을 필요도 없지요. 보리나 옥수수 알갱이를 한 줌 통째로 넣고 잠시 끓이면 알아서 맛이 우러나니까요. 강한 맛(strong) 약한 맛(mild)은 끓이는 시간보다는 보리의 양으로 조절하는 게 좋을 거예요. 하지만 익숙지 않은 분들께는 티백에 들은 옥수수차를 우선 권해요. 잔에 티백을 넣고 물만 부으면 되니까요.ㅎㅎ”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인삼차보다는 옥수수차 보리차를 자주 마시고 더 좋아할 것이다. 너무 흔해 좋아하는지 마는지 조차도 생각지 않고 무시로 마시겠지만. 근데, 유독 귀한 자리나 외국인을 초대한 자리에서는 한국의 대표 차 어쩌고 하며 인삼차 등등만 올리려 하니 좀 자연스럽지 못하단 생각이 든다. 게다가 맛도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좀 어려운… 그냥 늘 마시는 옥수수차나 보리차를 한국인이 가장 즐겨마시는 차로 편하게 소개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또 커피나 홍차는 급이 높은 차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리스타니 에스프레소니 온갖 어려운 외국어로 커피를 포장하고 브랜드화하여, 어느 전문점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그 사람의 경제 수준과 생활의 취향을 대변한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결국은 커피콩도 보리나 옥수수만큼 사소하고 소박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기 남미 콜롬비아나 안데스 산맥 어디메에 사는 원주민들은 ‘우리 뒷산의 커피콩이 맛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끓여 마시고 내다 팔기도 하지요. 근데 그게 어쨌다고 세상 사람들이 저 난리래요”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ㅎ    (2010/04/13 씀)


PS.


그냥, 한식 세계화를 주창하는 시대에 맞춰 소개할 ‘우리 차’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본 것이다. 우울한 뉴스가 많은 시기에 가볍게 읽고 즐기시기를.


멜버른 도심의 카페
레먼과 라임을 잔뜩 얻은 날, 꿀과 설탕에 각각 절여 봤다. 유자차에 버금가는 새콤달콤한 시트러스 티.
오후엔 커피나 홍차 한잔에 달콤한 케잌 한조각을 먹으면 행복하다. 어느 가든 애프터눈 티파티에서.
호주 시골 까페 풍경, 플라스틱 상들리에가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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