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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 Jul 22. 2022

철학은 아주 실용적이다.

 철학은 이 세상에서 나의 위치를 알고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의한다면 철학은 정말로 실용적인 것이 된다. 

 수업을 듣고 귀가하는 길에 가끔씩 생각이 열릴 때가 있다. 3번째 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랬다. 다음은 그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내 생각으로 수업 과정의 의미를 파악해보았다.    

  

 나는 자유와 탁월을 위해 기본학교에서 최진석 교수님을 만나 기본을 배우고 있다. 오늘로써 세 번째 수업을 들었다. 운전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모든 수업들이 꿰지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한 가지 기본을 위해 전략적인 전개를 하고 계신 것이다. 그것은 이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이 질문들을 위해 한 계단씩 우리를 이끌고 계시다는 걸 깨달았다. 위 질문들에 대해 사유가 가능하도록 길을 가르쳐 주고 계신 것이다.

 첫 수업이 ‘문명과 생각 그리고 우리’다. 내가 누구인지 사유하기 위한 첫 단계가 내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배웠다. 문명과 자연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 나는 문화적인 존재라는 것을 배웠다.

 두 번째 수업은 ‘사유하는 삶, 감각적인 삶’이다. 세계에서 사는 문화적인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있는 그대로 삶을 경험하는 감각적이고 소유적인 태도가 한 가지다. 다른 한 가지는 삶에 대해 알려고 하는 사유적이고 존재적인 태도다. 헤르만 헤세는 인식의 희미한 불꽃이 시작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세계에 사는 문화적 존재로서 사유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세 번째 수업은 ‘사유의 위계와 지적인 삶’이다.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사유의 위계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고 사유할 수 있다. 이것이 지적인 삶이다.

 사유의 위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 철학이다. 따라서 자기만의 철학을 갖는 것이 사유하고 지적인 삶을 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철학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의도하는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제부터는 앞으로의 수업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내가 느낀 교수님의 전략으로 모든 커리큘럼이 이해되는지 보자.

 네 번째 수업은 ‘철학의 탄생’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사유의 위계를 가지고 입체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존재다. 사유의 위계에서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이 철학이다. 다른 말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철학이 있다. 철학을 잡고 쭉 당기면 아래에 있는 사유의 꾸러미들이 달려 올라올 수 있다. 그래서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효율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세 번째 수업까지는 우리가 왜 사유해야 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배웠다. 네 번째 수업부터는 사유의 정체성에 대해서 배운다. 사유라는 도구를 제대로 이해해야 그만큼 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시간의 차원에서 배우고 이어서 공간의 차원에서 배운다. 마지막으로 사유의 최종 목적지에 관해서 배우고 지금까지 파악한 사유를 가지고 어떤 꿈을 이룰 것인지를 살펴본다.

 다섯 번째 수업은 ‘동양에서 생각의 탄생’이다. 생각의 시작에서 유의미한 통찰을 얻기 위함이다. 생각이 없던 세계에서 생각이 존재하는 세계로의 이행을 살펴보면서 생각의 힘을 느껴본다. 무엇이 생각을 가능하게 했고 생각을 함으로써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이것은 내 삶에 생각을 들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을 통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여섯 번째 수업은 ‘도덕과 자연’이다. 인간이 신의 지배를 받을 때는 생각이 없었다. 인간에게 생각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 도와 덕이다. 이로써 인간은 신의 노예가 아니라 삶의 주체가 된다. 도는 자연의 이치이고 덕은 이러한 도를 체득한 삶이다. 도덕은 생각의 결과물이다.

 일곱 번째 수업은 ‘근대적 인간의 형성’이다. 시간적으로 생각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배운다. 근대적 인간은 근대철학을 탑재한 인간이다. 근대 철학은 본질론을 특징으로 한다. 기준과 목표를 정하고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선으로 생각하는 시대다. 근대에는 사회발전을 위해서 이런 철학이 필요했다. 질문보다 답이 중요하고 왜보다는 어떻게가 효율적인 시대다.

 여덟 번째 수업은 ‘현대적 인간의 형성’이다. 근대에서 현대로 변한 이유를 살펴본다. 무엇이 현대를 열었는지, 현대에는 무엇이 중요한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현대철학은 관계론을 바탕으로 한다. 근대가 일반자아를 중심에 놓았다면 현대는 개별자아가 중요한 시대다. 그래서 근대는 우리는 누구인가를 물었다면 현대는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한다. 답과 어떻게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질문과 왜를 들고 나타난 흑기사가 현대인이다.

 아홉 번째 수업부터 열한 번째 수업은 ‘4차 산업혁명’이다. 이제부터 미래로 건너가는 것에 대해서 배운다.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모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나의 좌표를 설정할 수 없고 효율적으로 사유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이어서 생각할 수 있다.

 열두 번째 수업은 ‘추상과 모험’이다. 이것이 미래로 가는 열쇠기 때문이다.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현상이 아니라 추상이, 안정이 아니라 모험이 필요하다. 내 삶을 지금 여기에서 다가올 저기로 옮기기 위해서도 추상과 모험의 힘이 필수적이다.

 열세 번째 수업에서 열다섯 번째 수업까지는 ‘블록체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블록체인을 통해 미래의 문법을 배운다. 미래의 문법을 알아야 미래의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여섯 번째 수업은 ‘은유 : 연결과 창의’다. 사유의 힘을 높이는 장치가 추상과 은유다. 여기서는 은유에 대해서 배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연결이 필요하다. 이것이 은유다. 은유를 통해 지금까지 포착하지 못하고 개념화하지 못한 세계를 만질 수 있다.

 열일곱 번째 수업은 ‘중국과 조선’이다. 다음 수업과 합쳐서 생각을 공간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서는 중국과 조선의 근대 이전을 살펴본다. 중국과 조선의 생각의 높이와 그 변화를 알아본다.

 열여덟 번째 수업은 ‘동아시아 근대 : 철학과 과학의 발견’이다. 동아시아가 서양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이유와 근대화하는 과정을 철학과 과학을 통해 살펴본다. 철학과 과학은 고도의 생각이다. 결국 생각의 높이가 그 나라의 힘의 크기를 결정한다. 이것은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열아홉 번째 수업은 ‘신이 되는 인간’이다. 실재하는 세계는 마음을 넘어서 있다. 실재하는 건 사유이고 마음은 감각이다. 그런데 부단한 노력 끝에 사유와 마음이 합쳐지면 마음이 실재가 된다. 이것이 인간이 신이 되는 경지다. 이것이 사유의 최종 목적지다.

 마지막 스무 번째 수업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과 생각이란 것의 정체를 배웠다. 그렇다면 이제 이 생각이란 도구를 가지고 어떤 물건을 만들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철학은 실용을 위한 것이다. 나 또한 내 삶의 실용을 위해 매번 600키로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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