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갖 신경증을 달고 살았다. 아마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예전부터 약을 복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걸 어릴 때부터 봐와서인지 병원치료에 거부감이 있었다. 나는 스스로 치유하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가 너무 불안정했기 때문에 불안정한 세계로 나가는 걸 두려워했다.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불안 증세는 삶을 소리 없이 갉아먹었다.
삶을 확장하고 상승시키려면 모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모험은 불안정한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안정돼 있어야 한다. 자꾸만 흔들리는 나를 추스를 수 있는 안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모험을 감행할 수 있다.
나에겐 안정이 항상 큰 화두였다. 내가 기본학교를 다니고 크게 변한 점이 하나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고 받아주고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결코 이랬던 적이 없다. 어느 날 가만히 보니 내 마음과 몸은 나만 느낄 수 있는데, 나마저 등을 돌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항상 나 자신을 판단하고 비판하고 바꾸려고 애썼는데 더 이상 그러지 않게 됐다. 나를 대하는 시작과 끝은 늘 ‘존중’이 됐다. 신비롭게도 타인에 대한 수용과 존중도 훨씬 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