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페인터 워크숍> I am a painter
최근엔 무언가 마음에 싹이 텄어요.
납작하지만 두께감 있는 붓으로 시원하게 휘갈기고 싶다..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생겼어요.
그러던 차에 “내 안의 어린아이를 그리는” 워크숍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게 바로 <아티스트웨이> 책에서 말하는 동시성 simaltaneity 이 아닐까요?
참여 안내글을 읽어보자마자 냉큼 신청했어요. 1월 초 세계여행하는 아티스트 굿수진님이 주최한 <나도 페인터 워크숍> 구글폼에 적혀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우리 마음 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그 어린아이를 꺼내주고 마음껏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려보자는 초대글에 제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렸고 저는 제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러 망원동 작업실로 향했습니다.
어린시절 사진을 찾아오라는 미션에 사진을 캡쳐해서 가긴 했는데 솔직히 뭘 그려야 할지 도착하기 전엔 아무 생각이나 계획이 딱히 없이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작업실에 도착했더니모든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곳곳에 알록달록한 실들이 즐비해서 색감이 참 좋았어요. 작업실의 아티스트 분께서 직접 그리신 그림들을 실물로 볼 수 있었고 스케치나 습작들도 가감없이 구경할 수 있어서 몹시 행운이라 느꼈어요.
사실 이날 꽤나 수줍어서(?) 연신 입을 가리고 웃거나 발표도 제일 마지막에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관심을 즐기는 스포트라이터인데 왜 그랬을까요? 제 안의 어린아이라도 꺼내진 걸까요?
제 안의 어린아이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어요. 어렸을 시절 무척 샤이했어요. 얼추 밑바탕 그림을 그리고 입에 포인트를 줬는데 뭔가 일반적으로 활짝 웃는 스마일 페이스에서 변주를 줘서 지글지글한 곡선으로. 입모양이 웃는건지 부끄러운지 모르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그렸어요.
어린아이라 생각하고 그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원하던 모습이 가미된 친구를 그리고 있더라구요. 자유로이 그리라는 말에 상상을 좀 덧붙여서 삶의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보드를 들었어요.
워크숍에 참여한 다른 다섯명 남짓한 분들의 어린아이 그림에서도 무척 영감받았아요. 특히 사람의 모습이 아닌, 커다란 핑크색 하트를 한 태양의 모습을 한 내면아이, 초록색 푸릇푸릇한 초원에 있는 눈사람 모양의 아이, 비키니 자국이 보이는 약간은 구리빛 피부의 어린아이 그림까지.
우리 내면의 어린아이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모두 다 다른 영혼를 가진 것처럼요. 볼 수 있는 대상이 생기니까 왠지 내 맘속에만 존재했던 이 아이가 실체화된 느낌이 들었어요.
다시 페인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캔버스만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고요. 집에 나뒹구는 물감도 참 많은데 이미 말라 비틀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요.
내 안의 어린아이는 어떻게 자라날지, 어떤게 변할지 앞으로가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