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나면 평탄한 인생이 아름다워 보인다
어린 시절에는 인생의 굴곡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바다처럼 고요한 인생 곡선을 가진 사람이 좋아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게 이 말을 해 준 친구는 저보다 고작 네 살 위였던지라 이제는 제가 그때 그 친구보다 나이가 많아졌는데도 이따금 그 말을 떠올리며 감탄하곤 합니다.
어릴 적 저는 특이한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매력이라는 것은 차이점에서 발산된다고 생각했는지, 남들이 가지지 못한 과거나 감정, 행동을 동경하였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점에 대한 호기심을 그 사람에 대한 매력으로 착각하고, 더 다가가고 싶어했지요. 불우한 과거나 섞이지 못하는 성격 같은 것을 좋아해주며, 그렇게 한 번 친해지면 정말 깊게 친해져 재미있게 놀곤 했습니다.
밤 새 술을 마시기도 하고, 새벽 내내 산책을 하기도 하며 먼 훗날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평생 가자던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돌아서지 말자며 손가락을 걸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생기는 집착 비스무리한 것이었습니다. 특이하다거나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남들과 다르기에 받지 못한 관심을 서로에게 주고 받을 뿐인 관계였을지도 모릅니다.
특이한 사람이라고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류를 하였을 때 그것이 어떻게 해석될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인생에 굴곡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 특유의 사고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것에 저와 잘 맞을지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걸 몰랐던 저는 굴곡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빼앗겨 어떤 굴곡인지, 저와는 맞을지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던한 사람이 좋습니다. 인생이 언제나 행복할 순 없지만 그것을 가지고 깊게 생각하며 끝없는 곡선을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흘려보내는,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자극적이고 급변하는 관계보다, 일을 마친 후 함께 등을 맞대고 책을 읽으며 대화를 몇 마디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가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