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능력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하기 쉬워지지만, 동시에 미워하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지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도, 착하게 살 필요 없다는 말도. 돌에도 종류가 있다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이 있다는 것 까지도 전부 새로웠습니다. 그때는 매일매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지요.
이제 나이를 먹으며 잡다한 지식이 생기고, 사람들을 볼 때 편견이 자리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따뜻한 방향의 편견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틀림없지요. 그게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계속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어제 밤 늦게까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만 그러는 것이 아닐 겁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 지 고민하고, 그 뿌리에는 상대의 말과 행동, 그리고 배경이 버무려져 있겠지요.
그렇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참 쉬워집니다. 사랑하는 부분을 발견하면 지식과 경험으로 알고 있던 사랑스러운 부분까지도 알게모르게 덧씌워지고, 미워하는 부분을 발견해도 그렇게 됩니다. 언제나 정도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언제나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부분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배경이나 과거, 미래 가능성이 아니라 당장 이곳에 실존하는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 매 순간순간의 그 사람을 새롭고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것. 저는 남들에게 그것을 늘 바랐으면서도 저 또한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하나에 너무 경도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설령 사랑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이라도 말입니다. 연습하는 동안, 모든 것은 세상을 사랑하기 위함이라는 점은 잊지 않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