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아직도 최적을 포기 못한 독자를 위해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렇지. 30개월 전에 뱀파이어가 된 이야기 중이었다.
물론 나도 그 전에는 뱀파이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피, 무엇보다 그들은 그 끔찍한 것을 빨아먹고 사는 음침한 족속 아니겠어?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피라니...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 피를 보고 기절한 적도 있는 걸!
그런 피를 매일 마셔야 살 수 있는 삶이라니, 불행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뱀파이어가 되어 보니, 흡혈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피가 비릿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징그럽지 않을 뿐더러... 솔직히 꽤나 달콤하다.
뱀파이어가 된다는 것은, 그런 거더군.
미리부터 뱀파이어 식단을 고민하는 건 영 쓸모없는 것 같애.
당신도 뱀파이어의 취향을 가지게 될 테니.
아기를 낳는 일을 대차대조표를 적어서 모든 정보를 선험적으로 파악한 후에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믿는 그대를 위해 마지막 글을 적는다.
그런 생각은...
아주 타당하고, 지극히 합리적이다! (짝짝짝)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인 다윈도 결혼을 주제로 그런 표를 만든 바 있다.
하지만 대차대조표로 장단점을 나열해서 결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정하는 자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결코 해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 결정 자체가 당신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정확히 수집할 수 있는 시점은 오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던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원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마치 뱀파이어가 되는 것처럼.
뱀파이어가 될 것인가?
미안하지만, 햇빛 세계의 논리로는 답을 구할 수 없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딱히 안타까워 할 일도 아니다.
정답이라는 개념도 어차피 햇빛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