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한복판에서 똥총을 맞다

코넛 플레이스

by Spero

공항은 늘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스치고 지나갈 뿐 더 이상의 만남은 없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만나려는 어리석은 기대인 줄 알면서도 왠지 이들 낯선 인파 가운데 아는 사람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웃거리는 것은 비단 나뿐인가?

뉴델리 공항(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해 출구로 나가다 보면 근사한 손짓 모양의 조형물을 보게 된다.

무드라(Mudra)라고 불리는 이 조형물은 힌두교와 불교의 춤사위, 또는 명상을 위한 요가 동작의 디테일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지에 담긴 깊은 뜻을 굳이 헤아리지 않더라도 대충 이런 느낌 - "어서 와, 인도는 처음이지."


공항 안과 밖의 환영 방식은 그러나 딴판이었다.

세상에나... 봉변도 이런 봉변이... 이건 변이야 변.


델리,

인구 2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도의 수도,

무굴제국 시절의 올드 델리와 영국 식민시대 건설한 뉴델리로 나뉜다.

공간적으로 코넛 플레이스를 기준으로 북쪽이 올드 델리, 남쪽이 뉴델리다.

CP로 불리는 코넷 플레이스는 라지브 촉(Rajiv Chowk)이 본래 명칭이다.

촉(Chowk)은 광장(plaza, square)란 뜻이다.

찬드니 촉, 이프코 촉 등 델리 곳곳을 연결하는 메트로 라인에는 촉이란 역명이 많다.

올드 델리와 뉴델리를 구분하는 바로 그 중간 지대 코넛 플레이스에서 나는 진짜 똥총 사례를 받았다.

이렇게.


"이봐요, 잠깐만... 신발에 똥이 묻었네요" 하며 인도인이 다가왔다.

깡마른 체구에 턱수염을 기르고 초췌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낯선 사람이 접근해 올 땐,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는 조언을 무수히 들었던 터라 대꾸하지 않고 그냥 가던 길을 걸어갔다.

"보세요, 정말이라니까..."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델리 공항 무드라처럼 아래로 손짓을 하길래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니...

불과 몇 분 전 스벅을 나올 때만 해도 멀쩡했던 신발이 똥으로 범벅이 돼있었다.

필시 이건? 당한 거다! 똥을 밟았다면 신발 바닥이어야지 어떻게 신발 덮개가 될 수 있냔 말이다.

필시 이건? 당한 거다!

똥을 밟았다면 신발 바닥이어야지 어떻게 신발 덮개가 될 수 있냔 말이다.

한 손에 걸레 비슷한 것을 들고 닦아주겠다며 고개를 숙이는 이 사람,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은 인도인이었지만 왠지 보면 볼수록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인 듯 싶었다.

무시하고 그대로 직진, 그럴수록 인도인은 더욱 달라붙었다. 지하 쇼핑센터 팔리카 시장(Palika Bazzar)으로 후다다닥 뛰어 내려갔다. 쫓기는 이방인, 좇아오는 인도인을 쳐다보는 시선이 사방팔방에서 느껴졌다. 아니... 세상에... 이런 경우가... 이 사람은 도대체 나와 전생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겨우겨우 인도인을 따돌렸을 때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한 것이지만, 어리버리한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저기 잠깐만요(Excuse me, sir) " 하면서 시선을 돌린 다음 신발에 똥을 투하한 다음 닦아주겠다며 돈을 받는 전형적인 야바위 수법이라나, 뭐라나... 인도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고약했다.


나는 코넛 플레이스 인근, 계단으로 연결된 깊은 우물 아그라센 키 하벨리에 앉아 똥 묻은 신발을 휴지로 닦으며 단단히 마음먹었다. 힙한 델리를 기대했던 나는 델리의 핫한 중심부로 한걸음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일이 많이 생길려구 이런 일이... 내게...

파괴의 신 시바 신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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