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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1. 2023

시선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하루가 조금은 달라지길

[5-11] 시선



  단어 ‘시선’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시선 視線(볼 시, 줄 선)

  1.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

  2. 주의 또는 관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투시 도법에서, 시점과 물체의 각 점을 잇는 직선.

  4. 눈동자의 중심점과 외계의 시점을 연결하는 직선.      


  ‘눈이 가는 길’이다. 또는 눈동자를 어디로 향하는 지에 따라 시선이 결정된다. 눈동자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나의 눈동자와 이 글 사이에 직선’이 그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지 못했다.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눈을 봐야한다’는 것은 알았다. 왜 눈을 잘 보지 못하는지는 몰랐지만, 눈을 보려고 연습했다. 내향적인 성향 때문인지, 수줍음이 많았었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둘 다 인 것 같다. 지금 와서 그 때를 떠올려보면, 낯가림 때문에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편하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눈이 안 되면 그 미간을 보기도 하고, 이마를 보기도 했다. 생각이 많은 아이였던 터라,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조합해 말로 나오기까지는 과정이 필요했다. 생각하고 정리하느라 시선이 천장으로 가기도 했다. 잠깐 ‘음...’하고 쉼표가 필요하면 시선은 아래로 갔다.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의 눈으로 향하는 시선은, 그 사람의 마음으로 가게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감정까지 전해져온다. 그렇게 생각하니 편해졌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사람의 눈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감정이나, 생각, 또는 아픔 등을 보는 일이었다. 

  본래는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만 보고 ‘왜 저래’라고 생각하고 화가 났는데, 그런 말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어떨 땐 ‘저 사람이 요즘 마음이 힘든가보구나’ 또는 ‘최근 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구나’하게 되었다. 


  똑같은 장면을 봐도, 똑같은 일을 겪어도, 똑같은 사람을 만나도, 사람들마다 시선이 머무는 곳이 다르다. 이 시선을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하루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행복을 위한 아빠의 공식은 ‘시선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로 시간여행하는 능력을 가진 아버지와 아들, 아들에게 이 능력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말한다. 

  우선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거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직장에서 동료를 꾸짖는 상사와의 불편한 회의 시간, 바쁜 시간을 쪼개 급하게 먹는 점심 식사, 분주하게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안도하는 것, 퇴근 길 지하철 안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 옆 사람 때문에 이어폰으로 새어 나오는 소음, 아내에게 ‘힘든 날이었어’라는 말, 그리고 잠에 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비법은, 다른 시선을 가지고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사는 것이다. 처음에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 살면서는 제대로 느끼면서 사는 것이다. 불편했던 회의 시간은 그대로지만, 직장 동료와 농담으로 웃어넘긴다. 급하게 대충 때워야하는 점심시간, 샌드위치 가게 직원에게 웃으면서 눈 맞추며 인사한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분주히 하루 업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더해, 함께 해낸 동료와 기쁨을 양껏 나눈다. 지하철 옆 사람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음악을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이 듣고 즐기기로 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오늘은 좋은 하루였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비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완전하게 즐겁게 매일을 보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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