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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0. 2023

중심 잡기 비법

[5-9] 줄타기



  줄타기는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외국의 줄타기는 아슬아슬한 재주에만 치중하는 반면, 한국의 전통적인 줄타기는 악(樂)∙가(歌)∙무(舞)를 곁들이며, 특히 연극성이 우세하다고 한다. 단순히 줄만 타지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타락한 양반을 풍자한 이야기로 익살을 떨고, 여러 계층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 구경꾼들을 흥겹게 한다. 각 장면에 어울리는 삽입가요와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재담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다양한 요소를 이용하여 관객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줄타기가 많이 알려졌다. 영화의 줄타기는 권원태 명인이 대신 연기한 것이다. 그는 10살 때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47년째 줄 위에 올라서고 있다. 권원태 명인의 인터뷰를 통해, 줄타기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줄타기 비법에 관해서는, ‘인생사 바람에 흔들릴 때가 많겠지만 운전할 때 차선을 벗어나면 안 되듯 안전 운행해야 합니다. 모든 인생사 다 외줄타기입니다. 줄꾼은 그걸 몸으로 보여줄 뿐이죠. 힘들어도 내려오지 말고 끝까지 안전하게 줄 잘 타십시오.’라고 답변했다. 

  또한 줄 위에서 중심 잡기 관련해선, ‘약간 바람이 부는 게 오히려 좋아요. 부채로 중심을 잡는 것 같죠? 사실 바람을 이용하는 겁니다. 바람에 싹싹 등을 기대면서 가면 편해요. 고수들만의 노하우죠. 힘으로 타는 젊은 줄꾼은 바람이 안 부는 게 낫습니다. 아마추어일수록 부채에 의존하죠.’라고 말한다. 

  그의 줄타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줄타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인생 이야기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사실 두 가지 모두에 대입해도 말이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줄타기와 인생은 정말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심지어 그의 중심 잡기 비법에서, 바람이라는 변수를 오히려 반기는 태도는 인생을 통달한 사람 같아 보인다.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바람에 기대어 간다고 하니 말이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자 했듯,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맘껏 맡기는 나무 같다. 


  이처럼 인생에서 중심 잡기는 빼놓을 수 없다. 중심을 잡고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벌써 마지막 지점이 나타난다. 삶은 매 순간이 중심잡기이다.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선을 찾아야 한다. 줄을 타며 넘쳐도 보고, 부족해지기도 해 보며 나에게 맞는 중심점을 발견해 간다. 

  중심잡기는, 결핍에서 오는 우월감도 아니고, 우월감에서 오는 연민도 아니다. 자신만만해서 오만해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빛을 잃는 것도 아니다. 이상만 좇을 것이 아니라 현실감각을 동반해야 할 때가 있다. 감정이 앞서나가면 이성이 얼른 뒤따라가고, 이성이 독주를 하면 감정이 같이 따라가 줘야 할 때도 있다. 항상 권태로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번 흥분할 것도 아니다. 안일하지도, 경직되지도 않은 그 중간 균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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