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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0. 2023

무례한 사람들로부터 지켜내는 방어선

[5-7] 방어선



  살다 보면 무례한 사람들을 만난다. 한 때는 무례한 말을 들어도, 그것이 무례한 말이라는 걸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애매한데 내가 예민하게 들은 건가?’하고 헷갈리거나, ‘설마 일부러 무례한 의도를 가지고 말했겠어?’라며 사람들을 대체로 신뢰했다. 그 순간 기분이 나쁘고 찝찝했는데,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복기해 보면 분명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이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당신, 지금 굉장히 무례해!’라고 제대로 알려줬어야 했는데, 나만 당하고 온 것 같아 속상함에 잠들기도 했다. 내일 갑자기 ‘어제 되게 무례했었었는데 아세요?’라고 과거 일을 꺼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과도기에는 무례한 사람에게 바로 되받아치고 쏘아붙여 ‘내가 감정을 조절 못하고 쌈닭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라고 되레 마음이 불편했다. ‘나도 세련되고 우아하게 어른처럼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가수 아이유가 곡 <삐삐>를 발표했다. 노래를 들으니 속 어딘가 가려웠던 곳을 긁어주어 시원했다. ‘아이유는 정말 영리한 사람이구나’ 했다. 선을 넘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옐로 카드를 꺼내 들어 경고를 남기고 있었다.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

걱정이야 쟤도 참

Yellow C A R D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매너는 여기까지 Its ma ma ma mine

Please keep the la la la line

Hello stuP I D

그 선 넘으면 정색이야 beep

Stop it 거리 유지해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또는 ‘너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라고 하며 ‘호의’로 포장해 선을 넘기도 한다. 이럴 때, ‘이 선을 넘는 건 침범이야, 거기까지만 해’라고 선을 가리키며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방어선을 쳐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의 생활 범주 또는 나의 내면 어디까지 들어와도 괜찮은지 하는 나만의 방어선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방어선의 크기는 얼마만 한 지,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되는지 그 모양새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부터 출발한다. 나의 방어선은 내가 얼마든지 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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