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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는 곳에 집을 구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5분 남짓.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서울 중에서도 교통의 요지인 곳에 내려준다. 버스들의 서울 집합소는 대부분 사당역, 강남역, 서울역 인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함께 지하철역으로 향한 후, 그곳에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퇴근 시간, 다시 그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난다.
친구가 수원에 놀러가려고 사당역에서 버스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길어 깜짝 놀랐다며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다. 그 때의 난,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그 때까지만 해도 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날만 유독 버스 줄이 긴 건가’라고 생각했다. 항상 그런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항상 그렇다. 버스는 40명을 태우는 데도 불구하고, 버스를 한 대도 보내지 않고 첫 번째 오는 버스를 타는 것은 ‘럭키’다.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러 향한다. 이 곳에서 경기도 지역 곳곳으로 사람들을 데려다 준다. 내가 타야하는 버스 줄 위치가 처음에는 헷갈려 잘 못 서기도 했다. 이제는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여기 몇 번 버스 줄이에요?’라고 물어보면, ‘여기 0000번이요’라고 대답해준다. 버스 줄만 보고도 놀라 처음 보는 광경인 것처럼 사진을 찍던 나도 경기도민 출퇴근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출퇴근에 걸리는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9 to 6 회사생활을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버스를 기다렸고,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가 되어 있었다. 평균적으로 3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체력이 안 되는 날은 경기도 집으로 가지 않고 슬며시 부모님이 계신 본집으로 퇴근했다. 나는 나와 같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 것이 여러 번이다.
실은, 입석이 안 되는 특성 상, 버스를 못 타고 보내면 15분에서 20분 정도 후에 도착하는 그 다음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치 오지 않는 경춘선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지하철처럼 내 몸을 구기거나 꾹꾹 눌러서 끼여 가더라도 갈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버스도 막힌다. 지하철도 사람들이 많아 열차 문이 한 번에 닫히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이 누적되면 몇 분씩 늦어지기도 하는데, 광역버스는 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교통체증의 영향을 받았다. 어느 날은 빨리 도착해 너무 빨리 가기도, 어느 날은 차가 막혀 너무 오래 걸리기도 했다.
서울에서 저녁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해 밤늦게 버스를 타면 도로가 뻥뻥 뚫려 버스는 빠르게 내달려준다. 버스 기사님께서, ‘모두 안전벤트 매세요’라고 강조해서 안내한다. 광역버스라 동네 마을버스와 달리 안전벨트가 필수이지만, 그 버스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출퇴근을 위해 매일 타는 마을버스와 다름없다. 피곤할 시간인지라 눈꺼풀이 무거워 이미 눈을 감은 사람들도 보인다. 기사님의 안내에도 미동 없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다시 말씀하신다.
“안전벨트 꼭 다들 매세요. 매기 싫은 분은 말씀하셔요. 지금이라도 내려드릴 수 있어요. 안전벨트 다 매셨어요? 안전벨트 매기 싫은 분은 지하철 타고 뺑뺑 돌아가시든 하셔요.”
기사님의 귀여운 협박어조는 피곤할 사람들에게서 ‘풋’하고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게 했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을 배려한 기사님의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