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잉웰제이드 Oct 22. 2023

경기 남부민의 서울 출퇴근

[6-2]



  서울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는 곳에 집을 구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5분 남짓.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서울 중에서도 교통의 요지인 곳에 내려준다. 버스들의 서울 집합소는 대부분 사당역, 강남역, 서울역 인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함께 지하철역으로 향한 후, 그곳에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퇴근 시간, 다시 그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난다.      


  친구가 수원에 놀러가려고 사당역에서 버스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길어 깜짝 놀랐다며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다. 그 때의 난,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그 때까지만 해도 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날만 유독 버스 줄이 긴 건가’라고 생각했다. 항상 그런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항상 그렇다. 버스는 40명을 태우는 데도 불구하고, 버스를 한 대도 보내지 않고 첫 번째 오는 버스를 타는 것은 ‘럭키’다.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러 향한다. 이 곳에서 경기도 지역 곳곳으로 사람들을 데려다 준다. 내가 타야하는 버스 줄 위치가 처음에는 헷갈려 잘 못 서기도 했다. 이제는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여기 몇 번 버스 줄이에요?’라고 물어보면, ‘여기 0000번이요’라고 대답해준다. 버스 줄만 보고도 놀라 처음 보는 광경인 것처럼 사진을 찍던 나도 경기도민 출퇴근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출퇴근에 걸리는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9 to 6 회사생활을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버스를 기다렸고,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가 되어 있었다. 평균적으로 3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체력이 안 되는 날은 경기도 집으로 가지 않고 슬며시 부모님이 계신 본집으로 퇴근했다. 나는 나와 같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 것이 여러 번이다.

  실은, 입석이 안 되는 특성 상, 버스를 못 타고 보내면 15분에서 20분 정도 후에 도착하는 그 다음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치 오지 않는 경춘선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지하철처럼 내 몸을 구기거나 꾹꾹 눌러서 끼여 가더라도 갈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버스도 막힌다. 지하철도 사람들이 많아 열차 문이 한 번에 닫히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이 누적되면 몇 분씩 늦어지기도 하는데, 광역버스는 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교통체증의 영향을 받았다. 어느 날은 빨리 도착해 너무 빨리 가기도, 어느 날은 차가 막혀 너무 오래 걸리기도 했다.        


  서울에서 저녁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해 밤늦게 버스를 타면 도로가 뻥뻥 뚫려 버스는 빠르게 내달려준다. 버스 기사님께서, ‘모두 안전벤트 매세요’라고 강조해서 안내한다. 광역버스라 동네 마을버스와 달리 안전벨트가 필수이지만, 그 버스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출퇴근을 위해 매일 타는 마을버스와 다름없다. 피곤할 시간인지라 눈꺼풀이 무거워 이미 눈을 감은 사람들도 보인다. 기사님의 안내에도 미동 없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다시 말씀하신다. 

  “안전벨트 꼭 다들 매세요. 매기 싫은 분은 말씀하셔요. 지금이라도 내려드릴 수 있어요. 안전벨트 다 매셨어요? 안전벨트 매기 싫은 분은 지하철 타고 뺑뺑 돌아가시든 하셔요.”

  기사님의 귀여운 협박어조는 피곤할 사람들에게서 ‘풋’하고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게 했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을 배려한 기사님의 노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전 01화 서울 토박이, 경기도 읍민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