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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2. 2023

나는 서울 중심주의자였다.

[6-3]


  중국인의 중화사상이 유명하다. 중국 자문화 중심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자신들의 온 천하의 중심이면서 가장 발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선민의식 가진다는 뜻이다.       


  서울에 대단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사람이라는 말을 스스로 해볼 일이 없을 정도로 1,000만 인구 중 한 명의 소시민일 뿐이었지만, 서울 중심주의자였다. 태풍이 경상도나 제주도를 강타해 피해가 막심했음에도,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은 다행히 빗나가 피해가 적었다며 긍정적인 어조로 보도가 나올 때, 나도 문제의식이 없었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부려대는 특권에 편승해 있었다. 

  오만방자하게도, ‘수도권’이라는 단어로 서울과 경기 지역을 묶어내는 것도 싫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나는 선량한 척 하는 엄청난 차별주의자였다.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인서울 대학’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지방대에 가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는 서울이 더 좋다는, 또는 더 높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깔려있었기 때문이고, 뭘 몰라서 가진 생각이었다.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이나 특수 목적 대학교에 대한 고려도 없었고, 인서울 대학과 지방대라는 이분법적인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서울에 가장 좋은 식당들이 모여 있고, 교육이나 의료, 복지, 문화, 일자리 인프라도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여기는 것 이상의 생각은 없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며, 서울 중심주의의 결과물들을 누렸기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꼈고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경기도민이 되어서야 서울 중심주의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이 글은 나의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기도민이 되고 우울했다. 우울한 이유는 이 지역을 폄하하는 생각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었다. 경기도에 터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처음에는 동네에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가게 문이 비교적 일찍 닫고, 문화생활을 하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하는 것들이 적응이 안 되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사는 지역에 정이 들었고, 장점들이 보인다.      


 서울 지하철 노선을 말해보라고 하면 자신 있지만, 경기도 지리를 물어보면 답을 제대로 못했다. 수원 아래에 화성이 있는지, 그 옆에는 용인이 있는지 아예 감이 없었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늘어놓을 수는 있지만, 경기도는 주로 여행지로 많이 갔던 파주나, 용인, 김포, 가평, 그리고 대도시 못지않은 의정부, 과천, 안양, 성남 정도를 말할 수 있었다. 

  경기도의 몇 개 도시가 100만 인구를 돌파해 특례시가 되었다는 소식에도 감흥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 숫자가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지 체감한다. 오히려 서울은 인구가 점차 줄고 인구 이동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인구 이동은 피부로 느끼고 있기도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에 살던 친구들도, 이제는 서울을 많이 벗어났다. 오히려 서울에 살 때는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못 만나다가, 친구도, 나도 함께 경기도로 이사 오며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아예 수도권을 벗어나는 경우도 꽤 많다. 주변 사례를 들어보면 이유는 다양하다. 서울 집값이 비싸, 청약 등으로 경기 지역에 내 집 마련한 경우가 있기도 하고, 직장이 최근에는 서울을 벗어나는 경우도 꽤 있어 직장 위치에 따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교통편의 발달로 다른 지역과 서울의 거리가 짧아져, 선택할 수 있는 거주 지역의 범위는 좀 더 넓어진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제는 서울 토박이의 경기도민 부적응 시기를 지나, 나의 독립한 집과 친해지려고 하는 중이고, 이제는 이 지역만의 장점들을 마음껏 활용하려는 중이다. 경기도가 워낙 넓어 나를 경기도민으로 소개하기엔 심히 뭉뚱그려 말하는 것 같긴 하나, 앞으로 경기도민이 느끼는 지역 장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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