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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동네에게서 받은 인상은 ‘한적하다’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화성시는 이제 100만 인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시 보다 면적이 더 크다. 훨씬 넓은 곳에 인구는 10분의 1 정도이니, 조용하다고 느낄 만도 하다.
이사 와서 사귄 지인은 이 지역 토박이인데, 오히려 서울에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고 했다. 나는 이 곳에 터를 잡은 지 10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벌써 그 말에 공감한다. 가끔 서울 번화가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람 정말 많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처음에는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수수한 이 곳이 좋아졌다. 서울은 빼곡하게 고층 아파트 같이 사람 사는 집들과 각종 인프라로 채워져 있다면, 이 곳은 적당히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우리 집 주변, 도보 10분 거리에 호수 공원과, 체육센터, 생태체육 공원, 시립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대출하고, 호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책 한 권 가격이 최소 13,000원이기 때문에 서점에 가면 몇 권을 사면 5만 원은 훌쩍 넘는다. 내가 정말 소장하고 밑줄을 그어가며 오래 읽고 싶은 책만 사고, 어느 새부터 가급적이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다. 도서관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2주 후 반납일이 다가오면 ‘반납일이 도래했습니다’ 또는 ‘반납까지 3일 남았습니다’ 등 알림이 오니, 책을 기한 내에 읽게 되는 효과는 덤이다.
매주 목요일 밤마다 동네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운동모임을 하는데, 자리가 없을까봐 눈치싸움을 해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한 배드민턴 모임에서, 점차 다양한 운동으로 발전해갔다. 달리기 레인이 있어, 우리는 10대 이후로 약 15년에서 20년 만에 달리기 기록을 재기도 했다. 한 명이 축구공을 가져오면 축구를 하고, 농구공을 가져오면 농구를 했다.
나만의 루틴이 생기고, 나만의 가치관을 더 만들어가게 해주는 환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