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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 때는 경기도와 강원도 위주로 여행을 다녔다. 부담 없이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때는 강화도나 파주로 향했다. 아울렛이 있어 1년에 한 번 할인 상품 쇼핑을 가고 싶을 때 주로 가기도 했다. 파주에는 출판단지가 있는데 도서관이 24시간 열려있어 숙박을 하며 밤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어 연말에 고요하게 보내고 싶어 다녀온 적이 있다.
여름에는 가평 저수지와 빠지로 향했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홍천으로 갔다. 당일치기로 닭갈비를 먹고 싶을 때는 춘천에 갔고, 겨울에 눈 덮인 숲의 풍경과 양떼목장을 보고 싶을 때 인제로 갔다. 바다를 보고 싶을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속초나 양양, 강릉으로 떠났고, 양양이나 강릉과는 조금 색다른 바다를 보고 싶을 때는 삼척으로 떠났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놀이공원과 사파리가 있는 용인으로 향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되돌아보면 경기 북부나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의 북부 지역을 주로 방문했다.
아니면 아예 KTX나 SRT로 몇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지역, 부산이나 경주, 전주 등 대표 도시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제주도로 떠났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아예 멀리 갈 각오로 가는 여행이었다. 그 중간은 없었다.
경기 남부에 살며, 우리나라 지도 기준 아래로 내려오니, 여행지가 더 많아졌다. 조금만 가면 태안, 수원, 충북 제천, 단양, 담양, 여주, 문경 등 갈 곳이 늘어났다. 태안의 바다는 인천의 서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 나고, 제천과 단양, 담양에도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나만 몰랐던 여행지가 많았다.
나의 한 지인은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지금은 실패 없는 여행을 계획할 만큼 달인이 됐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여행 다니는 지인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체력’이었다. 여행 한 번 다녀오면 하루는 쉬어줘야 하는데, 어떻게 다시 짐을 싸고 숙소과 교통편을 예약하고 여행지로 떠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이번 생에는 역마살이 낀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는 올라오는 맛집 홍보는 잘 믿지 않았다. 그중에서 진짜 맛집을 가려내기는 어려웠다. 그녀가 식당을 고를 때 쓰는 기준 중 하나는 ‘백 년 가게’ 인증이 있는 곳인지 보는 것이었다. 백 년 가게는 우리나라 판 미쉐린 가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곳으로 우수성과 성장가능성을 평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점포’에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우선, 30년 이상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 자체가 좋은 점포라는 것의 반증이다. ‘오래된 것이 가장 강한 것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났을 때 백 년 가게 몇 군데를 들렸는데, 서울에 있는 고급 식당 보다 10배는 인상적이고 맛이 좋았다.
내가 지역을 옮겨 이사한 후,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들을 더 많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내가 몰랐던 여행의 참 맛도 점차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