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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2. 2023

동네 이웃이 생기다.

[6-8]



  나와 같이 서울에서 쭉 살다가 이 동네로 이사 온 지인이 있는데, 좀처럼 바깥활동을 많이 하거나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소파에 누워 불도 끄지 않고 하루 종일 핸드폰 화면이나 천장만 보며 누워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홀로 이 곳에 동 떨어져 고립된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고 했다. 먼저 이사 온 지인의 경험에 비추어 내 생활에 반영하기로 했다. 

  실은, 나는 서울에 있고 주변에 친구들이 살아도 친구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버스 한 번이면 서울로 직행하는 좋은 교통수단들이 있고, 종종 버스 탑승 한 번에 친구들을 만나고 올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없었다.  

  그런데 이 동네에 대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은 없었다. 이 동네의 꿀 팁 정보를 나누거나, 우리 동네 소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는 남편이 유일했다.      


  동네에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동네 이웃과 단골 가게 사장님이 생기면서부터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잘라 단발머리를 했다. 단발머리 전문 원장님이 있는 동네 미용실을 향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돼 미용실에서는 ‘새 것’으로 인한 설레는 기대감의 분위기가 가득한 듯 했다. ‘원래 이 동네에 계속 살고 계셨어요?’라는 미용실 원장님의 질문에 나는 ‘결혼하면서 얼마 전에 이사 왔어요’라고 대답했고, 대화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원장님은 서울 중에서도 수많은 미용실이 밀집되어 있는 청담동에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평화로운 동네로 이사 오게 되었다고 했다. 


  오히려 이 동네에 쭉 살았던 토박이라면 공감대를 가지기 어려웠을 텐데, 이 동네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살다가 이 동네로 이사 온 사람들과 금방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네일 아트 샵에 방문해서도 사장님과 ‘새로 터를 잡은 이 동네’에 관해 할 이야기가 많았다. 의외로 이 동네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은 친구나 함께 밥을 먹는 지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들리는 단골가게의 사장님들이었다. 

  그렇게 점차 이 동네에서의 활동을 늘려갔고, 나의 관심사였던 테니스 모임과 영어 회화 모임에 참여하며 지인들이 생겨났다. 테니스를 배우고 모임에 나가며, 함께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하루는 당근 마켓 어플리케이션에 동네의 소식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꽤 높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이 자원해 나섰다. 15년 동안 영어 교육과 해외 마케팅 영역에서 일했고, 최근까지 해외에서 일하다 팬데믹으로 입국하게 된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녀를 주축으로 영어 모임은 시작됐다. 영어를 매개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 책을 읽으며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일주일에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는 나에게 충분했다.      


  내가 처음에 동네에서 이웃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단골 가게가 생긴 것, 그리고 관심 분야의 모임에 참여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에 관한 소속감을 생기게 해주고 우리 동네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는 사람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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