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 마르면 좋겠다. 길가에 쌓여있는 낙엽처럼. 습기 차 냉기 품은 곳 구석구석.
설거지한 식기, 물기 꼭 짠 행주, 안 방 침대 위 베개와 이불을 내와 베란다에 놓는다. 코막힘으로 답답해하며 깊이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도 불러 모아 햇빛 좀 쐬자, 오늘 날씨 좋다. 소리와 나도는 내 말이 재미있는지 이불과 베개를 질질 끌고 와 자리를 만들어 누운 후 웃느라 난리다.
왜 춥지도 않은데 이불을 목까지 쓰고 있어, 햇빛 쐬라니까. 이불을 걷어내니 또 자기들끼리 눈빛을 마주치며 웃음이 터져 나온다.
줄리언 생크턴의 논픽션 <미쳐버린 배>:지구 끝의 남극 탐험 속 의사 프레데릭 쿡은 극한의 체험을 경험하며 햇빛 예찬론자가 됐다. 남극의 특성으로 해가 떠오르지 않는 기간에 빛을 받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되자 선원들은 쇠약증, 창백함, 정신적 위축 상태,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보인다. 해를 보지 못하는 식물과 상태가 비슷하다고 생각한 쿡은 빛을 끌어오기로 한다. 나무나 석탄으로 불을 피워 옷을 다 벗은 후 불 앞에 선원들이 서 있게 한다. “불 쬐기 치료법”은 선원들의 기분과 신체적 증상을 개선했고 현대 광선 요법의 최초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배즙을 내고, 작두콩차를 끓이고, 소화 잘 되는 음식을 고민하며 나 역시 아이들에게 해의 효능을 전한다. 해에는 비타민이 있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고 감기도 빨리 낫게 해. 남극에서의 생존을 위해 고심했을 의사 쿡처럼 비장하지는 않겠으나 감기 증상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아이가 다시 힘차게 밖으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서.
반나절 머물고 서서히 사라져 가는 햇빛.
공짜로 치료받았으니 잘 살아야지. 치유의 햇살이 투명하게 넘치는 날들인데.
아이들은 누워서 저들끼리 웃고 나는 그 아래 앉아 눈을 감는다. 해 아래 감은 눈은 어둠도 환하다. 어둠도 빛으로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