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즐거운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었고 실제로도 군에서 늘 하던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무안국제공항에서 큰 사고가 있었고, 9년간 전투기 정비사로 일해온 만큼 오늘은 군 정비사들이 겪는 사고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 솔직히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항공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TV에 나와 버드 스트라이크가 사유인 거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떠들 때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뭐가 문제여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가, 이에 대해서는 FDR(Flight Data Recorder 비행 기록 장치)와 CVR(Cockpit Voice Recorder 조종석 음성 녹음장치), BAT 팀 일지, 관제탑 송수신 기록 등 많은 것들을 열어놓고 분석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사안이다.
거기에 대해 버드 스트라이크가 문제 아니냐, 철새 도래지 인근의 공항 입지가 문제 아니냐 이런 쓸모없는 추측이 난무되고 사람들을 애도의 감정에서 분열시키는 이야기가 주된 주제로 나올 이유가 있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도 6개월, 1년, 그보다 길게 봐야 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거기에 FDR이 손상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나는 정비사 생활을 하면서 꽤 많은 사고를 마주했다. 1년에 몇 대씩 버드 스트라이크로 입고된 엔진을 검사하기도 했고 이 엔진을 고치기 위해 몇 달씩 시간을 할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다른 사고도 많이 접했다고 생각한다. 이물질 흡입 같은 흔한 사고부터 시작해 부품 불량, 장착 플러그 탈거, 때로는 베어링 손상과 같은 거대한 여파를 일으키는 작업들 말이다.
공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작업장 내 사고, 항공 사고를 마주하게 된다. 작업장 내 사고라고 하면 엔진을 정비하는 도중에 엔진에 부딪혀서 이마가 좀 찢어진다던지, 엔진 스탠드에 부딪혀서 혹이 난다던지, 테스트 스탠드에 올라가 작업하는 도중 떨어져 허리를 다친다던지 하는 사고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낙상 사고의 위험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쉽게, 그리고 위험하게 발생하는 사고는 따로 있다.
바로 이런 안전결선 작업 도중 발생하는 사고다. 항공기에는 얇은 와이어를 이용해 볼트를 고정하는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정비교본에서는 위치에 따라 와이어가 아닌 케이블을 사용해도 된다고 쓰여있는 위치도 있지만 대다수는 와이어를 써야 한다. 그래서 와이어를 얼마나 텐션감 있게 작업하냐, 끝단 처리를 깔끔하게 해 후속 작업자가 근처 작업 도중 다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하냐 와 같은 것들이 정비사의 기초 실력 척도라고 뽑히기도 한다. 그리고 모두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와이어를 할 때 힘줘서 제대로 하려고 하고 있고.
그러니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텐션을 주기 위해 와이어 트위스터라고 불리는 공구로 무리하게 와이어를 탕, 탕, 치다가 공구로 자기 눈을 때리는 후배, 와이어로 작업하는 도중 와이어에 손을 베여 피를 흘리는 후배(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도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 와이어 작업이 끝난 후 커터로 끄트머리를 자르는데 가리지 않고 잘랐다가 튄 파편에 맞는 후배. 하지만 최악은 따로 있다. 바로 와이어를 작업한다고 걸어놨다가 아무 생각 없이 인근을 이동하는 도중에 와이어에 눈이 찔리는 후배다.
실제로 와이어에 눈을 찔려 실명하거나 눈을 다치는 사례는 미국 안전사고 사례집에서 매 년 나오는 사고다. 물론 국내에도 있었고. 보통 와이어는 긴 것을 커터로 잘라서 사용하기 때문에 끄트머리가 날카롭게 절단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쉽게 사람에게 파고들고 사고를 유발한다. 그런 것에 눈을 찔린다니, 지금은 일을 그만뒀지만 예전 숱하게 손등을 찔렸던 나날을 생각해 보면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늘 와이어 작업을 할 때 조심하라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천천히 해도 좋으니까 공구로 남 때리지 말고, 와이어로 자기 찌르지 말라고. 나는 너네들 다치는 게 제일 무섭다고.
작업장에 물건을 널브러뜨려놔서 나는 사고들도 있다. 누가 발 걸려 넘어지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엔진을 시운전하고 정비하는 부서에서 몇 년간 일했다. 항공기 엔진을 거대한 테스트 스탠드에 걸어놓고 최대 출력까지 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유튜브 영상을 봐도 좋다. 영상을 보면 엄청난 소음과 열, 정말로 위험하다는 느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시운전 부서에서 청소는 생명이다. 매일 아침이면 작업장을 모두 마른 대걸레로 밀고 쓸고 닦으며 청소를 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할 정도로 말이다. 애초에 뭐가 들어가면 다 고친 엔진을 정비 부서로 다시 돌려보낸 다음 '우리가 애한테 뭘 잘못 먹여서 고장 났네? 미안하다.' 하고 보고해야 하는데 이걸 대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그래도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 지금까지 따라온 사람은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사고가 있었다. 뭘 먹이지는 않아서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엔진 내부를 청소하는 Water Wash 작업 이후 사고가 발생했다. 원래 water wash를 할 때 엔진 내부로 세척제와 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클리닝 기계를 설치하고 하부에 통을 배치해 흘러나온 오염수를 받아 처리해 왔다. 그러면 그 오염수를 처리한 이후 통을 치워야 하는데, 신병이 오염수를 처리하고는 통을 엔진 바람의 영향권 안에 치워놓은 것이다. 그래서 시동 직후 통은 엔진 바람을 맞고 바로 hush house 후방 벽으로 직행, 시원하게 박살 나고는 하늘로 파편이 흩뿌려졌다.
그 후에는 통의 파편을 찾고 치운다고 한참을 돌아다니며 정리했다. 물론 후방 벽 상태도 다시 점검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플라스틱 통이 때린다고 고장 나는 금속 벽이 아니었기에 벽은 멀쩡했지만 통은 열과 충격으로 변형과 함께 파편화되어 주변에 잔해를 남겼고 검은색 플라스틱 조각들이 곳곳에 떨어져 청소하는데 꽤나 고생했다.
솔직히 그날 느꼈던 감정은 통 정리를 똑바로 안 한 후배들을 향한 분노보다는 오싹함이었다. 사람이 휘말리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몇 년간 여기에서 일하면서 그 위용을 눈으로 봐왔기에 위험하다는 걸 몸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실제로 박살 나는 걸 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저기에 말려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머리로 생각해 봤는데 그걸 눈으로 본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죽는다는 감정을 실감하게 되었다.
엔진을 필드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이런 기분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위험하구나 하는 감정. 그래서 나는 늘 무섭다는 기분과 함께 이 일을 해왔다. 내가 실수하면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고 다음에는 통이 아니라 내가 저 위치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전역 전까지 큰 실수는 없었고 손가락 발가락 무사히 전역할 수 있었다. 예전 고등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작업 기계 시연 도중 손가락이 잘려나갔다고 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몸성히 나왔으니 이 정도로도 감사해야 하겠지. 글을 쓰다 보니 그 감정이 다시금 떠올라 살짝 오싹해진다.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 주제도 꽤나 길어질 거 같다. 나도 많은 사고를 마주했고 풀어왔지만 언제나 사고는 정비사들을 두렵게 만들고 일상 속의 비일상처럼 일상을 살아갈 힘을 뺏어간다. 정비사들은 언제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작업한다. 크레인 작업 도중 낙하물이 발생할 수도 있고, 낙상 사고부터 찔리고 베이는 사고, 화재와 화학 용재 사고, 그 외 기상천외한 사고가 작업장에는 늘 도사린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묵묵히 싸워나가는 정비사들에게 다시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번 무안국제공항 사고도 정치적인 분쟁보다는 사고 분석과 조사, 그리고 앞으로 사고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항공기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도록 자정의 목소리가 많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도 벌써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이런 사고 소식이 연말에 끊이지 않으니 조금 두렵다. 내가 군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고 군대에 대한 나의 기억들을 정리해보려고 하는데 왜 마침 내가 발 들였던 부분에 대해서만 자꾸 큰일이 발생하는지. 이 글을 계속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이어진다... 사실 나는 역병신 같은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