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정비사가 마주하는 항공 사고 2
https://youtube.com/shorts/uQYiJRvUf4E?si=yLJ9fAu_D9ezW7ae
예전에 이 영상을 보고 "으악, x발!"하고 척수반사로 욕을 뱉은 적이 있었다. 정비사를 그만둔 지금도 이 영상을 볼 때마다 숨이 턱 막히고 발가락 끝부터 저려 발에 힘을 넣게 될 정도니 당시에는 얼마나 이런 상황을 두려워했는지 생각할 수 있으리라.
버티컬로 엔진을 세운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공정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물론 아래로 나사나 볼트가 떨어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우고 작업을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피스를 떨구게 되면 그걸 줍기 위해 공구를 조심스럽게 욱여넣어야 하고 행여 그 피스가 떨어지면서 작은 블레이드를 때리는 소리가 났다면 그 순간 점검해야 하는 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늘은 FOD와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엔진은 아기와 같다고 비유하는 포스터가 있었다. 당시 수상작품으로 기억하는데, 아기라는 말만큼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당시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지상활주 도중 돌멩이를 주워 먹고 입구 팬에 작은 데미지가 있는 수준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누군가 공구를 활주로에 떨궜는데 그 공구를 주워 먹었다고 생각해 본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다행인 점은 모두 이게 대참사라는 걸 알고 있기에 이런 실수만은 하지 않았다는 점일까.
공군에서 정비병으로 군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아침 활동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활주로, 그러니까 라인에 나와 도수체조를 한 다음 FO 청소하기. 흔히 공군을 소개하는 뉴스가 인터넷에 나올 때 활주로에 일렬로 서서 걸으며 청소하는 활동을 이야기한다. FO는 Foreign Object, 한마디로 외부 이물질이다. 이걸 먹어서 데미지를 입게 되면 FOD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 되는 거고.
활주로에는 다양한 FO가 존재한다. 바람에 밀려 활주로에 들어온 돌멩이부터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미세하게 파손시켜 튀어나오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조각, 드물지만 라인 작업 후 이동 도중 누군가 떨어뜨린 공구와 정비 자재, 그리고 새까지 사실상 길 위에 있는 모든 것이 FO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 일어나는 아침 청소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용 일과 같지만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만약 작은 돌이라도 먹어 블레이드가 손상되고 엔진 출력이 떨어져 작전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는 정비전대 모두의 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청소 시간만큼은 평소 커피만 마시던 반장님조차 고개를 숙이며 돌멩이를 주우러 다닌다.
위에서 다들 굉장히 열심히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FO 청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필연적으로 FOD 사고는 발생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미세한 돌멩이 같은 작은 걸 먹어서는 엔진 출력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블레이드에 약한 균열이 발생하거나 옴폭하게 파이는 일들이 생길 뿐이다. 그걸 엔진 정비사들은 비디오스코프, 사람으로 치자면 내시경을 통해 점검해 발견, 그리고 사이즈를 측정해 크기에 따라 비행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불가능하다면 블레이드를 블랜딩해 둥글게 만들어 재사용할지, 아니면 블레이드를 교체할지까지 결정해 작업하는 순서가 이어지고.
문제는 큰 FO를 먹었을 때다. 피스 같은 단단한 것을 먹었다던지, 큰 돌을 먹어 4단계 압축기 블레이드가 손상되어 후방까지 충격이 이어졌다던지, 아니면 새를 먹었다던지와 같은 끔찍한 사례들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규모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디오스코프로 내부를 확인했는데 내부가 엉망이 되었다면 엔진을 통째로 분해해서 압축기 블레이드를 전량 교체하거나 적지 않은 수를 블랜딩 하고 밸런스를 맞추고 다시 재조립하는 고 난이도의 작업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아니, 사실 피스를 먹거나, 큰 돌을 먹어 내부가 박살 나는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진짜로 고통스러운 일은 꿩과 같은 조류를 먹었을 때 발생하는 일이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엔진 정비사들은 라인의 항공기에서 새를 먹은 엔진을 장탈 하기 전 배기구로 들어가 엔진 내부를 1차로 점검해야 한다. 그때 정비사가 보는 것은 새의 살점, 털과 피가 튀고 고열에 들러붙으면서 나는 비린내, 악취, 그리고 덜 갈려 늘러 붙은 살덩이다. 누구는 덜 갈린 꿩 머리를 봤다고 할 정도니, 사실상 정비사가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장소에 들어가 점검하는 것과 같다.
거기에서 끝없이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내부를 점검하고 엔진을 떼온 후에도 문제는 지속된다. 정비공장에 온 엔진을 정비사들은 닦아내고 세척하면서 작업하지만 그 역한 시체 썩은 내는 계속 진동한다. 여름에는 작업조 근처에서도 시체 썩은 내가 올라와 작업팀이 평소에 피신해 있다가 작업할 때만 가서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정비팀은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를 대처하고는 한다.
당장 나도 버드 스트라이크로 데미지를 입은 엔진을 정비한 적도 많았고, 몇 년 전 서산 KF-16 사고 당시에는 서산이 아닌 다른 부대에 있었지만 비슷한 터보 팬 엔진을 사용하는 비행단이었기에 비행을 중단한 다음 엔진을 전량 점검하면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분석, 보고하고는 했었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보통 사고의 원인을 찾을 때 1순위로 기관 정비사들을 지목한 다음 기관부터 시작해 점점 조사 범위를 확장해 나가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압박을 느끼는 건 기관 정비사들이다.
그리고 이번 제주항공 2216편 사고 조사도 이런 식으로 이뤄지겠지만 사고 조사의 경우 최소 6개월, 최대 1년은 잡아야 하고 엔진 분해 및 성분 분석부터 FDR, CVR, 관제탑 송수신 기록, BAT팀 운영 기록, 조종사 면담 일지, 과거 조종 데이터 및 최근 컨디션 분석표까지 수많은 데이터를 비교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 평범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서 애도 이상의 생각을 이어봤자 답은 나오지 않고 나 같은 외부 정비사, 혹은 다른 외부 조종사들도 같은 말을 하지만 데이터를 보지 않고서는 밝혀낼 수 없는 지점까지 왔기에 이제는 기다림 밖에 남지 않았다. 소망이 있다면 이 사고가 지금 잠깐 불타올랐다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시기에는 잊혀지지 않기를, 하고 바랄 뿐이다.
번외적인 이야기지만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부터 FO 사고까지 데이터를 보면 F-15K, F-4보다 KF-16이 FO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이유는 항공기 엔진의 배치 위치 때문인데 F-15K와 F-4가 덩치도 큰 편이지만 날개 높이에 엔진이 위치해 있기에 지상으로부터 엔진이 높이 있어 상대적으로 FO 사고가 적고 KF-16은 배면 하부에 엔진이 위치해 지상과 엔진 흡입구의 위치가 가까워 FO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KF-16을 운용하는 비행단은 더 FO 예방 대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조심하는 편이라고 한다. 사고 예방에 과한 건 없는 법이니까.
아마 사고에 대해서는 한 편? 두 편? 정도 이야기를 더 다루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일일이 사례를 들이밀며 이야기할 수도 없는 일이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해봤자 정비사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 이야기를 적었기에 많은 이들이 생각했을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짓는 건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보면 나는 그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짓지 않으려면 서해에 있는 군공항을 포함한 모든 공항을 철수시키고 동해로 공항을 옮겨야 한다. 그리고 동해에 있는 공항 중에서도 김해, 강릉과 같은 철새도래지에 지어진 공항은 철수시켜야 하고.
이런 의논 이전에 베이스에 깔려야 하는 논제는 정해져 있다. 공항은 BAT팀을 당일 정상적으로 운영했는가. 월간, 년간 주기로 기계획된 활동을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는가. 철새 도래 시기에 맞춰 추가 구제 활동을 계획했고, 시행했는가. 관제탑은 철새의 이동에 대한 데이터를 받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잘 소통하고 있는가. 이걸 전부 했는데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건 자연재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항은 그런 것까지 모두 고려해서 운용하는 것이고 그런 리스크가 없는 공항은 없다. 애초에 군공항, 일반 공항 인근에는 사람은커녕 축사조차 짓지 않기에 새들이 살기 최적화된 공간인데 어쩌겠는가. 그러니 공항에서는 최대한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방지해야지.
결국 모든 것은 데이터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본문 마지막에 데이터를 열어놓고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적은 것이다. 물론 나도 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에 한두 번 고생한 게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정비사들은 모두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다. 그러니 그런 무의미한 논쟁보다는 차분히 기다리면서 애도의 마음을 표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