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정비사가 마주하는 항공 사고 3
신년이 된 후에 군대에서 함께했던 후배와 고교 동창을 만났다. 함께했던 이들 모두 원래 자신의 자리를 떠나 새로운 길로 향했고 우리는 그 새로운 갈림길 위에 올라섰다. 안정감 있는 자리를 떠나 고난의 길에 발을 들였기에 모두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내고는 하지만 군대에 있던 시절에 비해 다들 짓누르던 것들이 사라져서 그런지 발걸음도 사뿐히 가볍다.
한편 제주항공 2216편 사고에 대한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FDR, CVR을 분석하고 있지만 4분가량의 데이터가 소실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사고 데이터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해당 부분을 확인해봐야 할 텐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자체가 없었기에 나도 듣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른 데이터를 열어보며 확인하겠지만 걱정을 쉽사리 지울 수는 없다.
생각해 보면 나도 전역 직전 파손된 엔진을 분해해 분석하는 작업을 했었다. 새를 먹은 엔진도 –디테일하게는 냄새가-참혹하지만 흙은 먹은 엔진은 다른 의미로 참혹하다. 강한 외부 충격과 부산물로 오염된 엔진을 분해하고 점검하는 이야기, 아마 이 이야기를 끝으로 당분간은 부숴먹은 걸 구경했던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까. 오늘은 특이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엔진을 조립할 땐 작게는 손가락으로 조일 수 있는 정도로 조립되는 부품부터 조이는 힘을 증대시키는 토크 렌치에 매달리듯 당겨야 작업할 수 있는 부품도 있다. 시계 방향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수직과 수평, 다양한 방향으로 힘이 들어가는 엔진은 작업 도중 비틀려 장착될 수도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작업을 중시하고 힘의 밸런스를 중요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밸런스를 맞춰 조립한 엔진이 갑자기 외력, 그러니까 외부의 충격으로 비틀린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버티지 못한 외장재가 찢어지고 파손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조립된 나사들이 원래 풀리듯 쉽게 풀릴까? 외력으로 비틀린 엔진의 분해 작업은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항공기가 추락한 다음 박살 난 엔진을 가져와 분해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항공기가 추락한 이유를 찾기 위해. 이를 위해 추락한 엔진을 전부 분해한 다음 분해된 부품의 상태를 점검하고 내부 기술연구소에 검사 의뢰를 맡기는 것이다. 그 공정은 생각 이상으로 지난하다. 일단 엔진이 말 그대로 박살 나있기 때문에 평소처럼 작업용 스탠드에 엔진을 걸어놓고 작업할 수가 없다. 비틀리고 엔진을 고정해 주는 베어링은 흙이 들어가 망가져있는데 엔진이 과연 걸릴까, 걸은 다음 작업을 시작할 수는 있을까. 아니, 분명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작업자들은 엔진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세워야 하나, 어디에 걸어봐야 하나, 아니면 굴러가지 않게 바닥에 눕혀놓고 작업을 시작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면서 이런 논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방향을 결정한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고 쉽게 풀리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엔진이 외력을 받으면 이를 연결하는 볼트와 너트는 모두 충격으로 기존의 토크 값이 변형된다. 평소라면 주지 않을 만한 막대한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부서진 엔진의 작업은 평소 이상으로 피곤한 작업이 이어진다.
하루는 세워놓고 노즐을 분해, 하루는 전방 팬을 분해, 하루는 베어링 장탈을 위한 밑준비... 작업이 진행될수록 작업자들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피로는 두 배, 세 배로 쌓인다. 하지만 이런 작업 사이에도 재미있는 일이 생기고는 한다. 예를 들면 작업을 위해 흙에서 엔진을 건져 올려 가져왔는데 안에서 작은 도마뱀이 튀어나와 타다닥, 빠르게 뛰어 도망치는 일이라던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장 난 엔진에 들어가 당분간 몸을 피할 생각을 한 거니...
지금까지 정비사들만 배치되어 작업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엔진을 분해할 때는 외부 검사팀이 함께 움직인다. 부대 내 품질검사관(이하 QC)부터 공군 계통 전문가(이하 SS : System Specialist)까지 다양한 인원이 정비팀과 함께하는데 그들의 역할을 보통 작업 공정 관리와 작업 진척도 확인이다. 말없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며 엔진을 쳐다보는 검사관들, 그때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란... 기관팀은 언제나 문제없이 정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결함의 실마리를 잡을 때 기관을 빼놓을 수는 없기에 QC와 SS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문제점을 찾는다.
이런 식으로 엔진을 분해하고 점검하다 결함을 발생시킬 수 있는 부품이 나오면 그걸 검사 맡기기 위해 대구로 보내고, 다시 작업하는 도중에 발견되면 또 대구로 보내고...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작업을 반복한다. 그러면 부품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팀은 1차 보고서를 완성하고 그 사이 QC와 SS는 해당 엔진과 같은 엔진을 운용하는 다른 부대에 엔진을 점검하라는 조사 지시를 내리면, 비로소 기관팀의 역할을 끝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항공기 사고의 점검은 오래 걸리게 된다. 엔진을 분해하는 것도 일이고 검사하는 것도 일이다.
정비사의 입장에서 솔직히... 이런 일은 별로 겪고 싶지 않다. 모든 정비사들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이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자동차는 엔진이 꺼져도 갓길에 차를 세울 수 있지만 항공기는 엔진이 꺼지면 고고도에서 저고도로 추락하면서 비상 시동 절차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이상 다시 시동을 거는 일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엔진이 꺼지면 무조건적으로 큰 사고가 따라온다. 그렇기에 늘 부담감을 안고 일을 하게 된다. 사고가 없으면 좋을 텐데, 오늘도 무사히 비행하면 좋을 텐데.
예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를 만나고 항공사 면접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사고와 이후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는 가벼운 태도로, 하지만 가볍지 않은 목소리로 이런 말을 꺼냈다.
"사고 난 항공기 정비 작업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었죠 생각해 보면. 솔직히 할 때마다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오늘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열심히 일하는 정비사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오늘도 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낡은 등유 난로 하나에 의지하며 영하의 기온에도 작업하던 그 시절, 날이 아무리 추워도 엔진 하나 고쳐보자고 다 같이 합심하던 그 시절은 앞으로도 잊지 못하지 않을까.
이걸로 항공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한다. 내가 써온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사고를 빨리 밝혀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힘쓰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애도의 마음과 함께 잠깐의 기다림을 마음에 새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군대에서 있었던 평범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좋지 못한 이야기를 많이 다뤘으니 이제는 정말 평범하고 좋은 이야기를 다뤄도 되지 않을까. 아니, 이제는 좀 그래보고 싶다. 싸우지 않고, 서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