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바다 너머 제주에 대한 감상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말이었다.
어느 평범한 저녁 아버지는 가족들을 모은 뒤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사' 그리고 '제주'
그렇게 갑자기 제주는 나의 집이 되었다.
일주일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넘실대는 현무암에 몸을 내던진 것이다.
제주가 집이 되기 전까지 나의 제주에 대한 감상은 그저 돌하르방, 한라봉.
딱 그 정도만 제주를 기대해 왔다. 수련회로나 가봤던 제주가 집이 된다니.
꽤나 들떴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서울과의 작별이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좀 슬프게 했다.
그 나이 대의 남자아이들의 의리와 우정의 인사는 일주일로는 턱도 없었다.
나를 곧잘 따르던 윗 층 남자아이와 눈물의 작별식을 한 뒤 그 아이는 나에게 분홍색 스펀지밥 시계를 건넸다. 이것이 남자의 분홍빛 의리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구름을 거스르며 집에 도착했다. 아니 집이 될 곳에 도착했다.
흔들리는 야자수와 흔들림 없는 돌하르방은 내가 제주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했다.
11월 1일, 그날의 제주는 따듯했다.
낡은 승합차를 타고 지나치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돌담. 낮은 건물들. 비닐하우스. 그중 나의 눈길을 끌던 것은 누런 잔디운동장이었다.
저 푹신한 잔디에서 뛰어다니며 공을 찰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지막이 내뱉었다. ‘와 제주 짱이다’.
여담이지만 겨울에는 잔디보호 때문에 운동장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