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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도피하다 10화

도피 10

다 그렇게 사나 보다

by 도피

글이 정말 안 써지는 날이 있다. 도피라는 제법 포괄적인 주제로 글을 쓰는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삶 속에서 하는 많은 생각들의 저변엔 '오늘 하루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숨어있다. 이 희망 덕에 매일 하루를 곱씹으면서 살아간다.


4살 배기 아이를 먼저 자리에 앉히고 버스카드를 찍으러 가시는 엄마의 모습 속에 배려와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출근길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출입문틀을 붙잡고 우악스럽게 등을 밀어 넣는 아저씨의 모습 속에 연민과 짜증이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대체로는 사랑으로 바라보려 한다.


잠깐 지나칠 이 장면들에 시선을 오래 두는 것. 꽤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스치듯 바라볼 때와 사랑하기 위해 바라볼 때, 보이는 것들은 큰 차이가 있다.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닌가 그리워서인가. 모르겠고 오늘도 사랑하듯 오래 바라봐야겠다.


바다가 좋아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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