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에세이스트 도전(3)

Part 2. 글 쓰는 즐거움

by 여네니

주제 3. 내 인생의 노래 한곡_요트 위의 축가


우리 신랑은 지독한 음치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노래를 불러줄 리도 없었다. 그런 남편이 결혼식 날 축가로 야심 차게 노래 선물을 준비했다. 물론 남편이 부른 건 아니었다. 남편의 노래 잘하는 친구가 섭외되어 이적의 [다행이다] 노래를 축가로 선물 받았다. 프러포즈하지 않았던 남편이 마지막 기회로 축가 부르는 시간을 활용한 것이다.


남편의 친구가 축가를 부른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던 나는 노래 좀 하는 오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기분 좋게 감상하고 있었다.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될 즈음 갑자기 내 친구들이 한명 두명 장미꽃 한 송이를 가지고 내게로 다가왔다. 끝도 없이 다가와 주는 친구들과 수많은 장미 꽃송이에 너무나 행복했고, 마지막으로 남편이 주는 장미 꽃다발에 감동과 기쁨에 사로잡혀 활짝 웃으며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이적의 [다행이다]는 내 인생곡이 될 뻔했다.


우리는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같은 날 결혼한 네 커플과 함께 한 패키지여행이었다. 대부분 함께하는 프로그램 없이 각자의 시간을 보냈는데 소소하게 함께 했던 것 중에 요트투어가 있었다. 모든 커플이 같은 요트를 타고 로맨틱한 항해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각자의 결혼식 에피소드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중 누군가의 남편이 성악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 남편은 성악가인데 연애할 때 노래를 한 번도 들려준 적이 없었다고. 결혼식 축가로 들은 남편의 노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모두 한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들어보고 싶어요!”


그렇게 요트 정 중앙에서 우리 신랑이 아닌 다른 새신랑의 멋진 축가가 시작되었다. 성악가가 불러주는 멋진 가곡을 들어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그것도 결혼식의 축가로 불렸던 곡이니 얼마나 아름다울까. 숨죽여 듣던 노래가 끝이 나고 모두 함께 아우성치며 앙코르를 외쳤고, 그 뒤로도 틈만 나면 한 번 더 불러 달라고 부탁했지만 두 번은 없었다. 그날 그 노래는 단 한 번의 강렬함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의 드넓음, 요트 위의 편안한 출렁거림, 실랑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 모든 추억과 감각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한 곡에 들어있다. 10월 18일, 결혼기념일이 되면 황홀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어본다. 조용히 휴식하고 싶은 순간에도 항상 이 노래를 듣는다. 어느 성악가 신랑님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김동규의 목소리를 통해, 피아니스트의 손끝을 통해, 바이올린 선율을 통해 그날의 감동을 다시 접해본다. 눈을 감으면 언제나 희고 큰 보트 위에 누워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의 바람이 느껴지고 푸른 바다가 다시 눈 앞에 펼쳐진다.


“신랑... 역시 축가는 직접 불러야 감동이 배가 되나 봐. 미안하지만 내 인생의 축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기억될 것 같아.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을 때, 이적의 다행이다도 꼭 함께 들을께... 그리고 신랑 친구분, 그날은 제 인생 최고의 이벤트였어요.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노래 한 곡이 마음속에 남는 이유가 꼭 좋은 곡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날의 분위기 덕분에 요트 위에서 우리가 함께 들었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내 인생 최고의 한 곡이 되었다.


이 곡은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내 마음에 머물러 있다. 작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되었던 날, 축제 현장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통해 듣게 되었던 날, 그 모든 날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쌓여간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양한 추억과 함께 흘러가기 때문은 아닐까.

keyword
이전 12화나도 에세이스트 도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