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글 쓰는 즐거움
주제 4. 나의 특별한 친구_친구가 바뀌고 꿈도 변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다. 학창 시절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와 함께했기에 서로 나눌 것이 많았다. 교환 일기를 쓰면서 사소한 감정 하나까지 모두 나눴기에 친구가 부모님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땐 대부분 키순서대로 친구가 되었고 중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고등학생 땐 장난으로 키 큰 친구들 속에 숨어들어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주변에 항상 많은 친구가 있었고 매 순간이 즐거웠지만,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 점점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 들어가며 조금씩 깨닫는다.
그저 현실에 닥친 문제들, 아이 키우는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아이의 학습 기타 등등 최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릴 적 친했던 친구들 역시 살아가는 지역과 환경이 달라지니 그저 안부만 물을 뿐 조금 더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쉽사리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이 된 삶에서의 우정이란 이런 거구나, 이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거구나 생각하며 살고 있다. 물론 결혼과 육아 등 각자의 시기가 달라지고 거주지 변화에 따른 물리적 거리 때문인데 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순간마다 외로운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 세상의 친구를 만났다. 소소한 취미가 된 독서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 필사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필사? 음? 그게 뭐야? 그냥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베껴 적는 건가... 이런 무지 상태로 필사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마음에 드는 구절에 맞는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라고 한다. 일기도 제대로 적지 않았던 내가 마음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말들을 두서없이 글로 나누며 여러 달이 흘렀다. 절친이라 부르는 내 친구도 잘 알지 못하는 나의 일대기가 필사 노트 속에 녹아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고 호응해준 사이버 친구들의 소중함을 느낀 건 그때부터였다. 누군가 나의 내면 이야기에 주의 깊게 귀 기울여 주고 내 앞날에 힘을 줬으며,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손뼉 쳐 주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그 누군가가 각자의 집에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 것이다.
어른이 되어 속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현실의 급급함을, 지금 당장 눈 앞에 펼쳐진 힘든 상황을 나누었을 뿐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를 함께 고민하지 못했고 그저 모두 이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 묻고 답해주는 과정에서 내 미래의 꿈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내면 깊은 곳의 고민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잊고 있던 나라는 사람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래, 나도 미래를 고민하던 사람이었지, 그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었지, 어느 순간 없어진 꿈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급급하게 현실을 살던 내가 조금 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생 후반의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세상 속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임이 분명하다. 한 번쯤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봐도 괜찮겠다, 그러기 위해 새로움에 도전해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해 준 필사 멤버들 덕에 오늘도 글을 쓴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의 적성검사 결과지가 떠오른다. 1위는 예술가 2위는 과학자라는 결과지를 받았고, 과학자와 비슷한 길을 살아오면서 적성검사가 1위는 못 맞혔지만 2위는 맞혔다고 생각했는데 예술가의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서른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살며시 싹튼다. 어쩌면 지금의 삶과는 정반대의 길이 아닐까.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관두고 새로운 삶을 살 순 없겠지만 조금씩 삶에 녹여 공존하며 살아가고 싶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쓰는 작가가 되어 강연하거나,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거나 그런 일 말이다. 그렇게 제2의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 볼까 한다. 어느 날 나의 내면에 노크해준 그들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