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성이 다른 동생 덕에 어릴 적부터 방을 따로 사용해 언제나 내 공간이 있었다. 20대 초반에 연구실에 들어가면서부터 나만의 책상을 배정받았고, 20대 중반부터 운전했으니 10년 넘게 값비싼 나만의 공간을 몰고 다닌 셈이다. 고시원에 살거나 자취를 할 때도 언제나 한 칸의 방이 내 소유였지만 그 상황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나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공간은 필수였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공간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흘러왔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들의 물건으로 공간이 채워지고 어질러지면서 점점 내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저 장난감이 없는 텅 빈 곳을 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별 욕심 없이 지내왔다. 그저 조금 더 넓은 공간이 있으면 하는 소소한 생각들만 있었을 뿐.
SNS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되고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많이 살펴보게 되었다. 하나같이 예쁜 사진들만 가득했다. 몇 날 며칠을 살피고 사진 속의 소품을 검색하고 사진 찍는 각도를 연구했다. 그러다 보니 내 공간에 대한 갈망이 더욱더 커졌다. 오직 내 물건들로만 채운 책상 하나와 내 책만 꽂힌 책꽂이를 원했다. 조용히 음미하고 끄적이면서 아무렇게나 덮어두어도 아무도 보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같은 모습이 유지될 수 있는 오직 나만의 공간. 바쁜 일상에서 찾지 못하는 여유로움과 그 누구의 방해도 없는 조용함을 그 공간에서 얻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소한 욕심들이 차곡차곡 책상에 쌓이고 있다. 비록 온전한 나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의 물건들로 채워지고 있는 내 책상. 그 언젠가는 조그마한 방에 내 책상과 책꽂이만 놓여있는 나만의 공간을 꿈꾼다. 또 그 언젠가는 그런 나만의 공간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지난 4월 북 토크를 통해 [우리는 숲에서 살고있습니다]의 저자 곽진영 작가님을 만났다. 필사의 나날에 참여하면서 맺어진 인연으로 작가님을 울산에 처음 모시게 되었지만 아주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온종일 수다를 떨었고 그 수다의 끝에 나는 작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조그만 건물에 나의 책방을 가지고 그곳에서 작가님의 새로운 책으로 북 토크를 진행하는 꿈을. 많은 이들과 그 공간을 공유하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여유로움을 나눌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면서 살아가려 한다.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