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복이 Apr 07. 2023

왜 엄마아빠만 예쁜 그릇 쓰는 거야?


저녁을 먹고 간식으로 시리얼을 먹겠다고 했다.

늘 먹던 시리얼 그릇에 담고 막 우유를 부으려는데 언제 왔는지 심쿵이가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 나도 예쁜 그릇에 줘.
왜 엄마아빠만 예쁜 그릇에 먹어?
엄마아빠가 무슨 예쁜 그릇에 먹는데?
반짝거리는 거 있잖아~
우리는 거기에 안 주고 맨날 엄마아빠만 그거 쓰잖아!
그런 게 어딨어, 우리 집 그릇은 다 똑같은데.
아니야 있어! 분명히 봤어.
나도 이제 반짝거리는 그릇에 먹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에 특별히 반짝거리는 예쁜 그릇은 없는데, 세트로 산 것들이라 다 거기서 거기인 데다 최근에 새로 산 것도 없고, 그릇 종류도 별로 없어서 기억이 안 날 것도 없다.

더군다나 엄마아빠만 쓰는 그릇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예쁜 것들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찜해놓고 아무도 쓰지 못하게 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모르겠어. 직접 찾아와 봐~


그러자 자기가 넣어둔 것 마냥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익숙하고도 자연스럽게 싱크대 문짝을 열고는 뭔가를 들고 나왔다.


봐! 여기 있잖아! 이거 말이야!!


띠로리~~~


아이가 꺼내 온 반짝거리는 그릇이란 바로 막걸리잔이었다.

그러고 보니 반짝거리기는 하네!

엄마아빠만 쓴 것도 맞네!


엄마에겐 그저 천 원짜리 막걸리사발인데 우리 심쿵이 눈에는 반짝이는 예쁜 그릇이었구나.

엄마아빠는 어제도 이 잔으로 막걸리 한잔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부러웠니 그래.


한 손엔 반짝이는 금색 막걸리잔을 들고서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웃음이 났다.


내 말 맞지? 엄마아빠만 쓰려고 모른 체 한 거지?
아니야~ 그건 아빠랑 ㅅ..ㅜ..ㄹ......
나 이제 시리얼 먹을 때마다 여기에 부어줘.
예쁜 그릇에 먹어야 더 마시땅마리양~


이전 21화 타고난 체질, 당신의 선택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