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복이 Oct 11. 2022

앞니 빠진 강아지

사과의 두 번째 젖니가 흔들렸다.


첫 번째 이를 뽑던 날 치과를 너무 일찍 찾아갔다.

아이도 불편하다고 하고 내가 봐도 많이 흔들리기에 이를 뽑을 때가 된 줄 알고 갔는데 아니었다. 아이의 이를 잡고 힘들게 잡아당겨가며 뽑아주신 선생님께서는 아직 뿌리가 많이 남아 있다며 다음엔 더 기다렸다가 와도 된다고 하셨다.

처음으로 이를 뽑아 본 아이는 마취약을 발라도 제법 아팠던 건지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치과를 나서며 그랬다.


| 엄마 난 하나만 뽑아도 이렇게 아픈데 친구들은 몇 개나 어떻게 뽑은 걸까? 진짜 대단해...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두 번째 앞니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제법 덜렁거렸다. 치과에 가자니까 지난번처럼 잘 안 뽑혀서 또 아플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며칠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며칠 뒤 저녁에 밥 먹자고 앉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이를 보여주며 그랬다.


| 엄마 오늘 치카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불편해서 밥을 못 먹겠어.


양치를 하다가 이가 젖혀졌던 건지 거의 뽑혀 위로 떠있었다.

다른 치아들과 높이가 달라서 음식을 씹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원하고 바로 얘기했더라면 치과라도 갔을 텐데 이미 치과도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 엄마가 실로 묶어서 뽑아줄까? 아니면 하루만 더 참고 내일 치과 가서 뽑을래?


아이의 고민이 길어졌다.

생각만해도 겁이 났는지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 지금 너무 배가 고파서 빨리 뽑고 싶기도 한데, 실로 이를 뽑는 건 너무 무섭기도 해. 그런데 이를 안 뽑으면 불편해서 밥을 못 먹잖아. 엄마 어떡하면 좋지?


| 사과가 결정해. 무서운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씹는 게 불편하면 죽 끓여줄게.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내일 아침에 바로 치과에 가도 돼.

  

|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


아이는 신중했다. 그리고 잠시 뒤에 나에게 뽑아달라고 했다.

나는 실을 가지고 와서 아이의 달랑거리는 이에 살짝 걸었다. 손이 떨렸다.  과연 내가 이걸 뽑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사실 나도 엄마손에 뽑혀나 봤지 내가 직접 뽑는 건 처음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호기롭게 뽑아주겠다 한 건지 후회가 되었다. 그날따라 남편도 집에 없었다.

실을 묶는 동안 아이는 계속 울었다. 나도 속으로 울었다.

이제 실을 당길 차례인데 등골이 자꾸만 오싹해지고 소름이 돋았다. 그냥 실을 풀어 버릴까 생각하던 차에 아이가 그랬다


| 엄마. 진짜 뽑기로 결정은 했는데 무서워 엉엉.


나도 그랬다.


| 엄마도 이제 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너무 무서워어엉.


나도 같이 울고 싶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도저히 못할 것 같아 그냥 내일 치과 가자 하고는 실을 풀려고 하는데 그럼 밥은 어떻게 먹냐고,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다고 사과가 더 크게 울었다.

그래, 내 새끼 밥은 먹여야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검지 손가락에 실을 걸어 비장하게 두 바퀴 돌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서, 에라 모르겠다! 왼손으로 아이의 이마를 사정없이 치며 밀어버렸다.


| 아앙앙앙아~~~


울음소리가 커졌다. 실패했나 보다 하고 눈을 떴더니 내 오른손에 걸린 실끝에 아주 쪼끄만 이가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눈물범벅이 된 아이의 볼을 닦아주며 내 눈물도 슥슥 훔쳤다. 목 뒤가 뜨겁고 이마에 진땀이 났다.

잠시 지혈을 하고 나자 사과는 배가 얼마나 고팠던 건지 밥을 마구  퍼먹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울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밥 먹는 아이가 신기했다.


| 아까 많이 아팠어?


| 아니, 쩝쩝.


| 그럼 왜 그렇게 울었어? 엄마가 뭘 잘못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 아~ 이 뽑는 건 하나도 안 아팠는데 말이야. 엄마가 이마를 너무 세게 때려서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지 뭐야.


하하. 그랬구나. 미안.

긴장해서 어지간히 손에 힘이 들어갔나 보다.

나도 어릴 때 이 뽑는 것보다 머리 맞는 게 더 겁났었는데.

그때는 굳이 고통을 추가해가면서까지 꼭 이를 뽑아야 하나 싶었는데 급하니까 나도 이렇게 하게 되네 하..하하하하.

이전 04화 백설공주 바보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