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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Oct 10. 2022

꼭 하고 싶었던 말


| 엄마, 자기 전에 엄마한테 꼭 할 말이 있는데...

잠자리에 누워서 자려던 사과가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옆에서 안 자려고 버티며 떼쓰던 심쿵이가 슬슬 발동을 걸 참이었기에 정신이 없던 중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기분이 좋았기에 더 그랬다.
아이가 꺼이꺼이 목놓아 우는 동안 혹시 아이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토닥토닥.

조금씩 진정이 되는지 사과는 숨을 몰아쉬며 그제야 떨리는 목소리로 차근차근 말을 이어나갔다.

| 나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 나는 행복한데...... 나보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면 좋겠어어어어엉.



유난히 피곤했던 하루의 끝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울음 섞인 말이 가슴을 철렁 내려 앉혔다.
세상에 난지 겨우 7년 된 아이가 어찌 이런 말을 할까. 삼신할매는 어쩌자고 너 같은 아이를 겨우 나 같은 엄마에게 보내 주신 걸까.
참 속 깊은 아이. 곱고 고운 아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특별하고 귀한 아이.
코 끝이 시렸다. 엄마가 뭐길래 자신보다 더 행복하길 바랄까.

어떤 것으로도 갚지 못할 나를 향한 조건 없는 큰 사랑에 마음이 벅차다. 사과를 만나기 전 고통스럽기까지 했던 긴 아픔의 시간들은 너를 보고 너를 들으며 지낸 동안에 이미 충분히 보상받고도 철철 흘러서 넘친다.

아이를 일으켜 품에 안았더니 작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제법 뜨겁다.

| 사과가 엄마를 많이 걱정했구나. 걱정시켜서 미안해.

  살다 보면 피곤한 날도 있고 아픈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야, 엄마도 충분히 행복해.

  그래도 걱정된다면 엄마가 더 행복해지도록 노력할게. 응?

한참 뒤에야 헐떡이던 숨소리가 점차 낮아졌다. 사과는 내 손을 꼭 쥐고 자기 가슴 위에 갖다 댄 채로 그렇게 잠이 들었다.
잠든 얼굴은 내 젖을 빨다 잠들던 모습 그대로인데 그 속은 왜 이렇게 빨리 여물어 가는 건지.
마음껏 투정 부리고 떼쓰며 어린아이인 채로 오래오래 기다려주면 안 되는 걸까. 지금처럼 내 품속에 언제나 있어달라고 하면 너무 큰 욕심이겠지.
너무 빨리 철들지 않기를.

너의 시간에 나의 시간이 언제나 함께 가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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